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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외계인'·'우주선'에 희비 엇갈리는 동대문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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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동현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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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준비한 햄버거가 다 떨어졌어요" vs "갑자기 더워져서인지 사람이 더 줄었어요."

지난 21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주선'을 닮은 새로 생긴 특이한 건물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젊은이들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확산에 따라 늘어난 중국 등 한류 관광객들로 인해 DDP 지하상가와 광장, 밀리오레·두타 등 신규 상가는 연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고 있다. 반면 평화시장 등 동대문 시장의 역사를 지탱해온 구 상가들은 한산한 모습이다.
개관 5일째를 맞은 25일 오후 2시께 DDP 지하상가. 평일 오후 이른 시간이었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로 새로 개장한 DDP와 패션 관련 시설을 관람하기 위해 온 젊은이들과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이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한 롯데리아 점원은 "평일도 바쁘지만 주말에는 숨 쉴 틈이 없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준비한 햄버거가 다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앞에 위치한 카페도 의자는 만석이었다. 20여명 정도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왔지만 빈자리가 없자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지하상가 바로 위에 위치한 DDP 광장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패션 잡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각양각색의 옷을 멋지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열중이었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얇은 셔츠를 입고 잔디에 누워 쉬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 명지대 패션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차주희(22·여)씨는 "패션위크를 보러 이곳을 찾았다"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DDP가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입구.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몰려 북새통이다.

지난 25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입구.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몰려 북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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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롯데핏인, 두타, 밀리오레 등 대형 패션몰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갈 틈이 없었다. 단체로 이곳을 찾은 중국인 수십명이 옷과 액세서리 등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인들도 이들의 관심을 끌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롯데핏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환(41)씨는 "DDP가 열리고 방문객이 이전보다 배로 늘었다"며 "(DDP 개관으로) 상인들의 기대가 큰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롯데핏인과 굿모닝시티 앞에서는 DDP 개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진촬영 행사', '할인쿠폰 증정'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덩달아 DDP 주변 환전상인과 식당점원들도 분주했다. DDP 개관과 중국 등지에서의 한국드라마 열풍이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DDP 건물 뒤편에 위치한 도로에는 외국인을 싣고 막 도착한 대형 관광버스가 20여대 넘게 주차돼 있었다. 대부분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류 팬이 된 중국인들이다. 밀리오레 옆에서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철(52·가명)씨는 "요즘 특이하게 차려 입은 중국인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며 "환전소가 좁아 뒤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건너편에 위치한 동화반점 점원 역시 "예전보다 확실히 손님이 늘었다. 바쁘니 다른 곳에서 취재하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처럼 최근 DDP 개관과 함께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DDP 주변 상인들은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동대문 상권이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대문에는 2013년 말 기준 36개의 상가에 3만5000여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다. 여기에 12만5000여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10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만 약 15만명이 DDP를 방문할 만큼 DDP 개관은 동대문에 상당한 활기를 불어넣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DDP 특수'는 동대문 구 상가 쪽으로는 퍼지지 않고 있다. DDP 정면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 패션몰, 식당, 편의점 등과는 달리 평화시장 등 동대문 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 격인 구 상가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주로 영세상인들이 모여 있는 구 상가들은 신규 상가들과 달리 손님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TV를 시청하거나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등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5일 동대문 시장 인근 옛 상가.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

25일 동대문 시장 인근 옛 상가.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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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말투와 표정도 밝지 않았다. 가게를 찾는 손님 중 젊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50~60대 여성이었다. 평화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임순욱(48·여)씨는 "DDP가 열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손님 오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평화시장 입구 관리인 역시 "DDP가 문을 열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요즘 갑자기 더워져서 사람들이 더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상인들은 DDP 특수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개관 초기라 다양한 할인·문화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당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밀리오레에서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김윤환(29)씨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잠깐뿐 아니겠느냐"라며 "여기도 금방 시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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