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월드컵 반대 시위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앞으로 5년간 수십조원의 재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제 스포츠ㆍ이벤트가 매년 예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행사들이 수익성 검증이 부실해 향후 수십년간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브라질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천문학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약 9조원, 인천아시안게임이 2조3000억원,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약 1조원,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가 8200억원 등 모두 합치면 15조원대에 달한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들어가는 철도(원주~강릉간ㆍ사업비 약 3조1000억원)와 지하철(인천지하철2호선ㆍ사업비 약 2조1000억원) 등을 합치면 총 비용은 20조원을 초과한다.
이밖에 올해 각 지자체들이 10억원 이상 국비지원을 요청한 국제행사만 8건이다. 2014 부산비엔날레, 2015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 2016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등이다. 이같은 사업들이 예정대로 주최ㆍ개최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매해마다 대형 국제 스포츠ㆍ이벤트 행사로 날을 지새우게 된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비용편익분석 B/C)이 0.287에 불과한 사업이지만 특별법 제정 등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 0.287은 1억원을 투입해 287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알펜시아리조트를 건립,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인해 지난해말 현재 부채만 1조215억원에 이자만 연간 500억원을 내는 등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보고 있기도 하다.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와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도 각각 467억원,431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되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열리는 F1 대회도 총 4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인천아시안게임도 경기장 대부분을 신설 중이어서 약 1조5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며, 인천지하철2호선 조기 건설을 위해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바람에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같이 제대로 검증도 안 돼 대규모 재정 손실이 불가피한 대형 국제 스포츠ㆍ이벤트 행사들이 줄줄이 대기중이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기만 하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5월 타당성 조사 시 경제성 분석 외에 정책적 분석도 계량화해 종합평가하겠다는 '국제행사 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이마저도 기획재정부 차원의 훈련ㆍ지침에 불과해 구속력이 약하고 아직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지역 정치권의 압박 등에 밀려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고속철도 운행 시간을 한시간 당기려고 몇 조원의 돈을 투입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라며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들로 인해 도농간 격차가 심해지고, 교육 복지 지자체 소외계층 등에 가야 할 예산이 줄어들어 지역간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균형적인 발전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책결정권자들이 짓지 않아야 될 시설은 과감히 취소하고 예산ㆍ재정 투입을 최소화해 대회를 최대한 내실 있게 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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