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부사장들 시험무대 줄줄이 올려 마지막 자질 검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사장'들을 줄줄이 테스트 베드(시험무대)에 올려 CEO 자질 마지막 검증에 돌입했다. 회사의 주요개발과제 및 경영현안이 대두된 보직에 부사장들을 앉혀 이들의 능력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향후 1년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지를 판가름 내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SMD는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를 내년 1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선보이기 위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는 한편 신시장 조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아직 LED TV조차도 시장보급율이 LCD TV 중 46%에 불과하기 때문에 LED TV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쌀 OLED TV 로의 세대교체를 내년으로 앞당기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현석 부사장이 종전 사장직책이었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올린 것도 김 부사장에게는 크나 큰 기회이자 위기다.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방식 3DTV의 시장점유율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최근 50% 이하로 떨어지며 LG전자가 주도하는 필름패턴편광(FPR) 3DTV에 밀렸다. 주간단위 통계라고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내년에 획기적인 마케팅이나 원가절감에 따른 가격 인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LCD사업부장을 맞게 된 박동건 부사장도 부담백배다. 올 3분기까지 LCD사업부 적자 규모가 5300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이익 5400억원이 반영된 수치다.
LCD는 전통적인 시황산업인데다 중국 기업들의 공급 확대 등으로 인해 박 부사장의 실적개선 계획수립에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LED를 삼성전자와 원만히 합병시켜야 하는 과제도 삼성 LED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남성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담당 부사장에게 넘어갔다.
11월 15일 주식분할까지 결의한 바 있는 삼성LED를 정확한 가치평가 및 인력재배치로 삼성전자에 합병시키는데 있어 조 부사장이 얼마나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영입된 구글과 AOL 미디어&스튜디오부문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은(Daivid Eun)은 본사 기준 사상 처음으로 교포 '사장'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다만, 미디어 업계와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고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 콘텐츠 역량을 제고하는 등 이건희 회장이 주창해 온 소프트파워 강화에 공로를 세울 경우에 한해서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부사장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것은 '차세대 CEO 후보군으로서 능력을 검증하겠으니 성과를 내놓으라'는 주문"이라며 "이들에게는 내년이 삼성CEO로 가는 길에서 중대 변곡점을 찍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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