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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치열한 미국의 시니어 산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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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치열한 미국의 시니어 산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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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인구통계학은 이미 일어난 미래라며 ‘글로벌 고령화의 미래(The Future of Global Aging)’를 예견했다. 이에 미국은 오래전부터 다방면으로 연구와 상업용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한·중·일 3개국은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고령화에 대한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민간 부문에서 상업화 방향으로 발전해온 미국과는 궤를 달리한다. 따라서 그간 한국과 근접하고 유사성이 있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들은 꼼꼼하게 확인하고 점검했는데, 미국은 거리가 멀기도 하고 문화나 배경의 차이가 크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시니어 교육 분야이든, 건강 분야이든 민간 주도로 시작되더라도, 결국엔 ‘그거 정부가 할 일 아냐?’라고들 모두가 생각할 정도다.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등 정부 기관에서 다루지 않는 시니어 서비스 영역이 없을 정도로 촘촘한 편이다. 결국 비즈니스로 접근하기 어렵고, 정책과 제도 안에서 움직인다.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어떤 시니어가 얼마만큼, 실제 서비스에 대한 지불 의사와 역량이 있는지에 맞춰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서비스를 키워나간다.


올해 들어 미국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지 차원으로만 바라봐서는 고령화의 모든 문제는 재정 고갈에 가까워질 뿐이란 공감대가 마흔 전후 시니어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은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고령친화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약 3조 달러를 넘었고, 2030년 약 8000만명이 65세 이상이라 추정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미국 시니어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미국은퇴자협회’인 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는 회원수만 4000만명에 달한다. 50세 이상 미국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고, 연회비는 16달러다. 제휴 관계인 보험사, 은행, 여행사,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에서 할인과 혜택을 제공하는데, 연회비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또,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로비한다. 회원수가 많다 보니 ‘표’의 위력이 있어 시니어의 권리 확보 및 확대에도 힘쓴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이나 시니어 대상 신규 서비스 개발 등 활동에도 참여한다. 연회비 수입만 1조원이고, 정부는 물론 각종 글로벌 기업과 학교와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도 미국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에서 AARP와 ‘Age Tech Summit’을 꾸렸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연초 써드에이지가 주최한 '글로벌 시니어트렌드 포럼'에서도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박영란 교수가 발표한 ‘미국 시니어트렌드’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후속 요청이 있었다. 박 교수는 국제 제론테크놀로지학회 부회장으로 작년 11월 초 시카고에서 열린 'Leading Age(리딩 에이지)' 사례를 전했다. 현재 고령화 비율로는 일본이 제일 앞줄에 서 있지만, 65세 인구로는 중국이 1등, 인도가 2등, 미국이 3등, 그리고 일본이었다. 미국 시니어 비즈니스는 장수경제와 테크의 결합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중심으로 상당히 세분화되었고 나이에 친화적이라고도 했다. 민간 시장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만인을 위한 복지혜택이라기보다는 소득 수준에 맞춘 다양한 품질관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단다. 따라서 창의성과 전문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3월 치매약을 개발한 '에자이'란 제약회사가 주최한 ‘초고령화 사회, 디지털 돌봄 사회의 진화’에서도 사회자였던 가천대 바이오의료기기 학과 김영주 교수는 미국 Jordan River Health Campus에 다녀온 소감을 공유했다. 노후 단계에 따라 독립 주거, 생활 지원 주거, 의료 지원 주거가 거대하게 함께 타운을 이루고 있어 체계적이고 안심이 되는 환경이란 것이다.


이달 초 강서50플러스 센터에서 진행한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세미나에서도, 미국에는 2만개가 넘는 은퇴자 커뮤니티가 있고, 2400개의 은퇴자복합단지(CCRC: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가 있다고 소개됐다. 이처럼 미국 은퇴자 커뮤니티의 특징은 대규모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는 연금 소득이 많은 편이라 2020년 기준 55세 이상 인구가 미국 전체 소비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은퇴 후에도 높은 소비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경제성이 나온다. 따라서 고령인구의 필요에 맞춘 건강 관리 산업, 바이오 기술이 적용된 의료 제품이나 서비스가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시대적 변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주거 문화 환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애리조나 피닉스 근교 ‘선시티(Sun City)’에는 4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은퇴자들의 지상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다. 은퇴자들이 황금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온화한 기후와 더불어 골프장과 원형극장이 있고, 커뮤니티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처럼 미국은 ‘장수 경제(Longevity Economy)’라 하여 일찍이 상업적인 관점에서 시니어를 분석하고 연구한 후 실행에 옮겼다. 최근엔 디즈니사가 스토리텔링 관점으로 시니어 타운 신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린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이벤트가 일어난다. 시니어를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결이 크게 다르다. 이에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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