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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코리아] 한국 제조산업 고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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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LG전자가 경기 평택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고질적인 스마트폰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한다. 베트남 근로자 월급은 한국의 8분의 1 수준이라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 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장 이전으로 인해 수천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고스란히 베트남이 차지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시에서 폴리에탄올 생산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뿐아니라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상하원 의원 등 미국 정치인들 대거 참석했다. 기공식 후 신 회장은 워싱턴DC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 만남이 성사된 배경에는 고용 문제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일자리 및 투자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내에 투자를 하거나 고용을 늘리는 해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 유인을 통해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신(新) 보호무역주의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고용효과가 큰 제조산업의 탈(脫) 코리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맞물리면서 고용절벽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질 좋은 일자리를 모두 해외에 뺐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떠나는 韓기업 = 제조업 대표 업종들이 해외로 제조 기반을 옮기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과 반기업정서 등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방향성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고 있다. 빈부격차 등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노동유연성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 및 경기 상황,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고용정책을 유연하게 펼 수 없다고 경영계는 강조한다. 경기가 좋다고 무턱대고 사람을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 인건비 등 고용이 결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시급 835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에 1만원으로 오를 경우, 기업이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총액은 334조76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017년 대비 기업의 추가 부담액은 81조5259억원에 달한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제조업에선 가격을 인상하면 국제경쟁력이 하락하므로 고용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한 사례는 대부분 제조업, 특히 수출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찮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액은 연간 총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근무시간 관리 부담, 납기일과 연구개발 등에서 업무차질, 추가 인건비 등도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반기업 정서'도 탈 코리아의 원인 중 하나다. 재계에선 기업 활동 위축과 글로벌 신뢰도 하락을 유발하는 기업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진그룹은 각종 논란에 휩싸인 2014년 이후 총 11개 국가기관으로부터 약 20회 이상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그룹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21번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30대 그룹 대부분이 최근 1~2년새 압수수색 폭탄을 맞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여타 국가로 진출하는 이유중 하나"라고 말했다.


◆탈(脫) 코리아 가속, 시장이 있는 곳 =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해외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송금액 기준)는 전년보다 11.6% 늘어난 497억8000만달러(약 56조1450억원)를 기록,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시장과 보호무역이다. 미국 등 시장이 큰 국가들이 자국산업보호차원에서 관세 등 보호무역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 수출하는 과거 교역형태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현지 생산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이유다.


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비판하기에 앞서 국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며 "인건비 등 생산요소는 해외진출의 표면적인 이유일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가전, 자동차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가격 대비 성능비로 승부를 걸어와 생산원가 절감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생산 기지 재조정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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