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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서울의 봄' 흥행…역사를 영화로 배워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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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의 역사관 따른 결과물
사실 확인·시대 보정 꼭 해야

[시사컬처]'서울의 봄' 흥행…역사를 영화로 배워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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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노래나 영화는 제목 따라간다고, 극장가의 길고 긴 겨울에 들려온 반가운 봄소식이다. 흥미롭게도 소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불리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79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 관객들이 주된 관객이다. 젊은 세대가 익숙한 장르도 아니다. 로맨스나 유머는 찾아보기 힘들고 시커먼 군인 아저씨들만 잔뜩 나온다. 판타지는커녕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자막이 무색할 정도로 견고하게 실제 역사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어떤 지점이 흥행 포인트인지 얘기해봤자 결과론적 분석일 테고, 어쨌든 이 영화를 계기로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영화로 역사를 공부해도 될까.


영화로 역사를 배울 때 가장 큰 문제는 영화는 작가나 감독이 자신의 역사관에 따라 진실을 재단한 결과물이라는 거다. 그러니 실제 역사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일은 필수다. 여기에 또 강조하고 싶은 과정이 시대 보정이다. 현재 기준으로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평가하면 부당한 왜곡이 생겨버리니까. 사실 확인과 시대 보정, 두 절차가 영화로 역사를 배울 때 꼭 거쳤던 내 나름의 방법이었다.

아예 몇백 년 전을 다룬 영화를 볼 때는 오히려 편했다. 그때는 다 그랬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시대 보정을 심하게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왕들은 후궁을 몇씩 두고, 양반은 노비를 부리고, 상놈은 아무리 노력해도 양반이 될 수 없는 세상이었으니, 지금 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패륜과 무지와 무능도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볼 때는 자꾸 마음이 덜컹거리고 자문하게 되었다. 어디까지 시대 보정을 해야 하나? 지지리도 못 사는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군부독재는 어쩔 수 없었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박정희가 아닌 민주 진영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대답하기 어렵다.


1980년대부터는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회의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이런 질문들에 더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다.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의 쿠데타와 독재는 지금도 틀렸고 그때도 틀렸다. 시대 보정을 넉넉하게 해줘도 야심을 채우고 재산을 불리기 위한 반란이자 국기 문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신군부 정권의 공이 과보다 더 크다고 확신하는 분들도 많이 봤다. 취향처럼 역사의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존중해드리겠다.


우리 현대사의 그늘을 배울 수 있는 영화들을 코스 요리처럼 소개해본다. 먼저 전채 요리로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이라는 걸작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작품으로 박정희 정권 후반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박정희 대통령을 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고뇌에 집중한 작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혼돈의 겨울에 내란을 일으킨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서울의 봄’에 잘 묘사되었다. 여기까지가 1970년대다. 1980년대의 시작은 전두환 정권에 저항했던 광주민주화 운동을 담아낸 ‘택시 운전사’가 좋겠다. ‘꽃잎’이나 ‘화려한 휴가’도 곁들이면 좋고. 기필코 민주화를 쟁취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환희를 담은 ‘1987’은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제격이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영화 만찬 코스 어떠실까요.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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