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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김영란법과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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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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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한국은행은 지난 3월 꽤 중요한 통계를 발표했다. 국민소득 통계였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또 3만달러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라 안팎에서 번 돈을 달러로 계산해보니 2만7340달러로 나왔는데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국민소득 3만달러는 유별나게도 우리나라에서 '선진국 입성'의 기준으로 통한다. 우리정부가 신주모시듯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39개국을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해놓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독 3만달러에 집착한다. 국민소득 통계에 '중요한'이란 형용사를 붙인 것도 이런 정서를 감안해서였다.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밑돌았으니 선진국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큰 게 현실이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 소득은 그리 높지 않아 더욱 그렇다. OECD 회원국 평균(3만7428달러)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3만달러에 대한 집착은 우리나라 1인당 GNI가 지난해까지 10년째 2만달러 벽에 갖혀 있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곱씹어봐야 할 것은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를 천착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고 본다.

왜 우리는 2006년 이후 10년째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가. 경제성장률 저하가 첫 번째로 꼽힌다. 맞는 말이다. 10년 전 4~5%였던 잠재성장률이 2~3%로 떨어졌으니 소득이 안 늘 수밖에 없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구감소, 성장동력 부재,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등 여러 이유를 댄다. 맞는 말이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의 박희재 교수같은 분은 혁신 부재를 원인으로 여긴다. 나는 여기에 지식자본 축적의 부족을 더하고 싶다. 경제부처 고위공직자인 지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의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를 비슷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공급과잉을 빚는 시대에 한국산이 설자리를 잃은 데서 찾았다. 한국은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대규모 해양플랜트를 생산하지만 핵심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설계는 유럽 등의 선진국에 의존한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유럽 선진국들이 "경제가 어렵다"가 아우성을 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는 지식자본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설계능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다. 선진국들은 수백년 동안 독서와 사색을 통해 지식자본을 축적했고 그것이 오늘날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식자본을 많이 축적했다지만 부족하다는 점은 조선업 구조조정만 봐도 너무 명백하다. 이 자본이 전 산업에서 충분히 쌓이지 않는 이상 한국이 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접대하는데 귀중한 시간과 돈을 쓰기에 여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이 쓴 접대비는 9조9685억원이었다. 59만1694곳의 기업이 하루 평균 약 270억원을 썼다. 유흥업소에서 쓴 접대비가 1조1418억원이나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이런 풍토를 타파한다면 퇴근 후 독서와 사색을 통한 지식자본 축적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3만달러 진입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법률에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떤 선고를 내릴 것인가.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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