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중국은 한국의 경쟁국이 아니라 한국을 집어삼킬 초대형 쓰나미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그래서 10년 뒤 한국이 설자리는 있을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나온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수준이 한국을 10% 앞질렀고 한국이 세계 1위라는 메모리 반도체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철강의 품질·기술 경쟁력은 한국산의 95~98% 수준까지 쫓아왔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은 한국산과 품질은 같은 수준이면서 가격 경쟁력은 50%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진일보했다는 대목이다. 저·중기술 수준에 속하는 기업은 중국은 한국을 앞섰고 고기술·하이테크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한국 추격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술·하이테크 수준 기업은 2007년 중국 3개, 한국 5개였으나 7년 만에 중국 4개, 한국 4개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중국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에 나선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기업을 재촉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면서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거쳐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제품이 쏟아질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가까운 장래 한국이 당면할 중국과 중국기업은 ‘악몽’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악몽, 초대형 쓰나미에 대적해 우리를, 우리 자손을 먹여 살릴 기업과 제품이 있기나 할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KIET도 “주력 산업 가운데 앞으로 5년 뒤에도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 제품이나 소재·부품에 불과하다”고 내다보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부만 파도만 볼 뿐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드러난 것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는 한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영화 '관상'의 대사가 더욱 깊이 와 닿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든 기업이든 조급증을 버리고 평정심을 회복하는 일 아닐까. 눈앞의 파도만 보지 말고 파도를 일으키는 뒤 힘을 헤아리는 일 아닐까.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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