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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남성현 산림청장 “산림도 저출생·고령화…세대교체로 선순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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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외길’ 7급으로 시작해서 산림청장으로
‘남폴레옹’ 별칭…산림행정의 달인 평가
산림재난 피할 수 없지만, 피해 최소화해야
“원형 그대로의 산림이 건강한 산림은 아냐”

“우리 산림도 ‘저출생 고령화’가 됐습니다. 겉보기에는 풍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나무들이 숨을 쉬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어린나무와 성장기의 나무 그리고 다 자란 나무가 고르게 분포할 수 있게 솎아베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솎아베기한 나무는 다시 목재 자원으로 쓰이게 됩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며 “성장은 하지만,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를 지나는 나무와 어린나무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벌채”라며 “성장기는 나무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에 심어진 나무는 대체로 20~30년간 왕성하게 성장하는 수종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가 나무 심기와 함께 벌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산림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산림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14일 세종 금남면에 위치한 '금강수목원'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을 만났다. 남 청장은 숲에서 평소보다 유난히 밝은 표정을 보였다. 산림청 제공

14일 세종 금남면에 위치한 '금강수목원'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을 만났다. 남 청장은 숲에서 평소보다 유난히 밝은 표정을 보였다.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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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진 지난 14일. 세종시 금강변에 위치한 금강수목원에서 남 청장을 만났다. 이곳에서는 가족 또는 단체가 모여 숲에서 휴식하거나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연과 동화된 이들의 표정에선 한껏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콘크리트 건물을 벗어나 울창한 숲속에서 만난 이유일까. 남 청장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연신 맴돌았다. 평소 “나는 웃는 상을 가졌다”고 말해왔던 그의 표정은 이날 유독 밝았고, 짐짓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가 내려놓은 사람처럼 평온했다.


남 청장은 직원들로부터 ‘남폴레옹’으로 불린다. 작은 체구에 겉으로 유해 보이는 인상을 가졌지만, 업무에 대해선 확고한 신념과 강한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다. 말할 때도 거침이 없다. 신념 있는 일에 관해선 언사가 과감하다. 산림 분야에서 40여년간 잔뼈를 키워왔기에 가능했다. ‘저출산 고령화’ 숲이 돼 가는 국내 산림의 건강성 문제와 산림재난, 벌채, 임도 등 산림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발을 신고 황톳길을 걷는다는 중년 여성의 핀잔을 들은 후 남성현 산림청장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산림청 제공

신발을 신고 황톳길을 걷는다는 중년 여성의 핀잔을 들은 후 남성현 산림청장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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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폴레옹’이라는 별칭을 얻었는데.

▲남폴레옹은 산림청장으로 취임한 후 붙여진 별칭이다. 작은 체구에도 일에 대한 신념과 열정, 강한 추진력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갖게 된 별칭으로 생각한다. 3대 산림청장(1978년) 재임 당시에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2022년 5월 현 정부 출범 때 34대 산림청장으로 취임했다. 2017년 공직에서 잠시 물러나 5년여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꼬박 41년간 산림 분야에서 몸담았다. 산림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얻은 자산이 지금의 남폴레옹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산림과학원장으로 근무한 이력은 산림청 안팎에서 누구와 대화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감의 밑천이 됐다.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청장까지 올랐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산림청장 후보군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한 일은 ‘취임사’ 작성이었다. 집에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벌써”라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만약 되지 못하면 ‘DEL(지우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될 일이었다. 결론(산림청장 임명 여부)은 차후 문제였다. 임명된다면 내 손으로 직접 쓴 취임사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취임사 첫 줄부터 끝줄까지 모두 직접 작성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다. 산림청이 주창하는 ‘산림르네상스’도 장고 끝에 얻은 말 중 하나다. 산림청장이 됐을 때 세계적 이슈와 메가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산림을 통해 한국이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실제 청장으로 취임했을 때 기획조정관이 내민 취임사를 들춰보지 않은 것은 ‘안 비밀’이다. (웃음)


-과거 산림청이 나무 심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무엇에 주력해야 하나.

▲한국은 1970~1980년대 치산녹화 사업으로 헐벗었던 산림에 푸른 옷을 입혔다. 당시에는 산림을 우거지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였고, 산림청은 치산녹화 사업의 주무기관으로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는 단순히 산림을 심고 가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존·활용해야 하는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산림청은 국민이 고르게 산림복지를 누리고, 산림산업을 활성화해 국가가 번창할 수 있게 할 소임을 갖는다.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 역시 산림청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빈번해진 산림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봄이 되면 산불이 나고, 홍수가 오면 산사태가 빈발했다. 올해는 어떻게 예상하나.

▲이달 15일을 기준으로 올해 봄철 산불은 175건이 발생해 산림 58㏊가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최근 10년 평균(416건·3865㏊)보다 건수는 58%, 면적은 98% 감소했다. 예년보다 잦았던 비 소식과 산불 예방을 위한 정부, 국민의 노력 덕분이다. 올해 산불 피해 규모는 통계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적은 현황이다. 하지만 2~5월 산불이 빈번했던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산불이 연중·대형화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언제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재난에는 마침표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강우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산사태 우려가 여느 때보다 커진다. 6~7월을 즈음해 시작될 장마철에 산사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사태를 막을 수는 없어도,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 산림청의 각오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금강수목원에서 이름드리 나무를 안으며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남성현 산림청장이 금강수목원에서 이름드리 나무를 안으며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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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서 산림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산림은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주된 탄소흡수원이다. 한국은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으로 채워져 있다. 산림을 통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11%를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현재 산림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1990년대 3823만tCO2에서 2008년 6149만tCO2로 늘었다가, 2021년 4040만tCO2 등으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과거 치산녹화 사업으로 조성한 숲이 급격하게 노령화하면서 ‘저출생 고령화 숲’의 그늘이 짙어진 까닭이다. 연간 탄소흡수량을 다시 늘리기 위해선 산림의 세대교체로 젊고 건강한 산림을 조성해 탄소흡수·저장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산림자원 순환경영으로 산림의 나이 구조를 개선하고, 도시 숲 등 신규 흡수원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벌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전할 숲은 반드시 보전하고, 나머지 숲은 다음 세대가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경영한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산림경영의 큰 줄기다. 굳이 비율을 나누면 보호할 숲은 30%, 경영할 숲은 70%로 삼는다. 그만큼 산림경영을 통한 산림자원의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전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산림을 무분별하게 훼손하자는 것이 아니다. ‘조림→숲 가꾸기→수확(벌채)→조림’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의 산림경영이 중요하다.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환경과 경제, 자연과 자원,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환경단체는 환경·자연·공익에만 무게를 싣는다. 반대로 선순환구조의 산림경영은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유지·관리하면서 두 가지 측면을 조화롭게 챙길 수 있게 하자는 데 목적을 둔다. 단순히 원형의 산림을 유지하기보다 지속성을 전제로 산림을 자원으로 활용하고, 산림으로 국가·지역경제 활성화와 임업인 소득증대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원형 그대로의 산림이 건강한 산림이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벌채의 필요성과 순기능을 소개한다면.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 성장은 하지만,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를 지나는 나무와 어린나무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벌채다. 성장기는 나무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에 심어진 나무는 대체로 20~30년간 왕성하게 성장하는 수종이 많다. 바꿔 말해 치산녹화 당시 심어진 나무는 노령기에 접어들어 현재는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다. 산림의 ‘저출생 고령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다름 아니다. 벌채는 나무의 세대교체로 산림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다 자란 나무가 우거지면 겉보기에 풍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숨을 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어린나무와 성장기의 나무 그리고 다 자란 나무가 고르게 분포할 수 있게 솎아베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솎아베기한 나무는 다시 목재 자원으로 쓰인다. 결국 벌채는 산림의 건강성 유지와 산림경영의 선순환구조의 한 조각이 된다.


-목재는 산림에서 얻어지는 대표 자원이다. 숲은 무성하지만 국내 목재 자급률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15%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목재의 85%가량을 외국에서 들여온다. 지난해 기준 목재 수입액은 44억달러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는 6조원의 외화가 목재 수입을 위해 쓰였다는 결론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파악했을 때 2021년 기준 오스트리아와 뉴질랜드는 100%, 미국은 71%, 독일은 53%, 일본은 41.8% 등의 목재 자급률을 보였다.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한참 뒤처진 실정이다. 그 이유로는 목재로 활용할 수 있는 수종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 벌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 그나마도 벌채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벌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임도와 기계 등 인프라가 부족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은 점 등이 꼽힌다. 산림청은 목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량 목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산림구조로 전환, 임업 선진국 수준으로 임도와 임업기계 등 산림경영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림을 중심으로 목재생산량을 늘려 목재 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 목표다.


대담=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대담=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정리=정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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