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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 어디서 구해요?" 노원 '잠잠' vs. 마포 '기대'[극과극 재건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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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성 높여준다는데도
대표 수혜지 노원 "분담금 낼 여력 없어"
고금리·공사비 부담 결정적
마포, 매매수요 조금씩 살아나

전문가 평가는 엇갈려
"공사비 해결 안 되면 사업 추진 어려워"
"가용택지 적은 서울 상황에 맞는 대책"

"소유주들이 3억~4억원 빚을 지고 재건축할 만한 여력이 없어요. 지원책이 나와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 분위기예요."(서울 노원구 중계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지원방안 발표가 일주일 정도 지난 3일 노원구 ‘중계현대2차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지난 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 정문에는 색이 바랜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중계현대2차아파트’ 정문에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중계현대2차아파트’ 정문에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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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자금 여력 없어, 거래 ‘정중동’"

총 313가구인 중계현대2차는 시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정비사업 지원책의 대표적 수혜 단지로 꼽힌다. 1991년 준공된 이 단지는 용적률(252%)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는 이 같은 과밀 단지를 대상으로 법적 상한용적률의 1.2배까지 추가 용적률을 제공하기로 했다. 분양 물량을 늘려, 재건축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그럼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중계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에는 여기저기서 ‘우리도 재건축 안전진단 해보자’는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재건축 얘기가 쏙 들어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대책 발표 후) 매수하겠다는 사람도,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부담을 결정적 이유로 꼽았다.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동네는 투자 수요가 다 빠져나가고 자녀 출가시키고 살던 곳에서 여생 보내려는 사람들이 남았다"며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지 모르는 재건축을 위해 수억원씩 분담금을 내려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공사비가 뛰어 분담금이 기본 5억원은 될 텐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유주가 많지 않다"며 "원주민들이 재건축 후에 못 들어오는 입장이다 보니, 손바뀜되지 않는 이상 사업 추진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권현지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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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상계주공5단지’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단지 조합은 분담금이 시세를 웃도는 5억원으로 추산되자, 지난해 11월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상계동에서 만난 D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 대책 발표 전과 마찬가지로 정중동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E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조용한 분위기"라며 "요즘 서울 어디에서나 재개발·재건축을 하는 마당이어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 심리가 노원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 "매수 문의 늘어…거래는 아직"

마포구는 노원구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성산시영아파트’ 정문과 후문 곳곳에는 정비구역 결정 고시를 축하하는 대형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랜드마크로 완성하겠다’, ‘성공적인 재건축을 함께하겠다’는 의지 어린 현수막을 걸며, 조합의 시공사 선정에 대비하고 나섰다.

단지 내 S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매가 왕성하지 않았고 소강상태여서, 매물을 거두는 정도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서울시 발표 이후 매매 수요가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집 주인들은 대지지분이 작아서 추가분담금에 부담을 갖고 있었지만, 기존 용적률에 비해 120%, 역세권 350m 이내 지역은 종 상향해서 준주거까지 올려준다고 하니까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사진=한진주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사진=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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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준공된 성산시영아파트는 최고 14층, 33개동, 전용 50~59㎡, 3710가구로 강북에서 두 번째로 큰 재건축 단지다. 재건축 후에는 최고 40층, 30개동, 전용 49~118㎡ 4823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용적률은 148%로 80~90년대에 건립된 아파트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지원방안이 적용되면 용적률 인센티브와 공공기여 비율이 낮아져 사업성이 개선된다.


인근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공공기여를 10%로 낮춰준다고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추가분담금이 낮아질 수 있다"며 "며칠 전부터 전화로 조금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사겠다’라고 나서는 정도는 아니다. 집주인들도 분위기를 묻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사진=한진주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사진=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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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공사비" VS "분담금 부담 완화 효과"

최근 정부와 시의 규제 완화 추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공사비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은 대책이라는 시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일반분양 주택을 늘릴 수 있게 해 분양 수익을 높여준다는 것인데 용적률이 상향되면 그만큼 공사비도 올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재초환은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수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거둬가는 제도다. 지난 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풀어야 할 규제 우선순위로 꼽기도 했다.


반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사비 상승은 단기적 요인인데 공공기여 가구 수 축소 등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가용택지가 많지 않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필요한 서울시의 상황을 반영한 정비사업 지원책이 마련됐다고 본다"면서 "고도, 경관지구에 묶여 용적률 제한이 있는 지역, 접도율 기준을 완화하면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는 곳, 산자락 저층 주거지 등 정비사업이 쉽지 않았던 곳을 적극 지원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전략은 특히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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