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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미·중 패권전쟁 시대, 한국은 한국 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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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2.0 낸 홍성국 민주당 의원
패권전쟁 당분간 소강국면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이 전쟁의 핵심
한국, 전략적 모호성 택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구절벽을 겪는 데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그동안의 ‘팽창사회’가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다. 지금껏 20년 넘게 세계 경제와 한국의 미래에 대해 연구해왔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경영자(CEO)의 길을 스스로 관둔 뒤 연구자의 삶을 살며, 기후·안전위기, 고령화와 인구감소,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수축사회’를 겪게 될 것을 예측했다. 그 결과물은 2019년 식자층에서 회자됐던 ‘수축사회’였다. 팽창사회라는 당연한 질서가 깨지고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수축사회라는 새로운 대전환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축사회의 원인은 진단하고 양상을 설명하며 미래를 예견했던 그는 코로나19, 미·중 패권전쟁 등 전대미문의 사건을 거치면서 세계에 대한 전망을 보완할 필요성을 느꼈다.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소신 탓이다. ‘수축사회 2.0 : 닫힌 세계와 생존 게임’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현장형 미래학자를 자처했던 그의 시선은 이제 애널리스트의 관점을 넘어, 현실 정치인의 경험 속에서 넓고 깊어졌다. 수축사회를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모색한 답은 하나, 생존이었다.

인터뷰_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인터뷰_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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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를 예상하며 포퓰리즘의 대두, 각자도생 시대를 예측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사회 지도층부터 현실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해야 한다. 쉽게 안경을 갈아 끼워 넣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그 정도로 변화된 세상의 변화를 체화해야 한다. 다만 이 변화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가 마주한 변화다. 한국이 이 상황을 빨리 이해하고 대응하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가 남의 일처럼 여기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극장에 가서 몰입하며 보다 막상 나오면 잊어버리는 현상, 이른바 극장화하는데 수축사회라는 대전환을 그냥 구경하듯 넘어가면 안 된다. 일본의 경우 수축사회에 들어갔는데, 그 변화를 보면 덜 소비하는 형태로 적응했다. 소고기 먹다 수입이 주니 수입 소고기로 바꾸고, 안 되면 돼지고기로 바꾸고, 안 되면 초식으로 바꾸는 식이다. 초식남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이 초식남 사회가 된 것이다. 수입이 없으니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개개인으로 보면 맞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면 성장을 할 수 없다. 구성의 오류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상황에 부닥쳐 있다. 모두가 소비를 줄이는 식으로 살아가면 성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이 그랬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고 있다.


-2019년 수축사회에 비교해, 수축사회 2.0에서는 패권전쟁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양상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나.

▲패권 전쟁하면 과거의 냉전 시대를 생각하는데, 실제 세계는 상호의존적이다. 너와 내가 싸워 내가 죽으면, 상대도 죽는다. 궁극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냉전 시기 소련과 교역 안 해도 살 수 있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잘라낼 수 없다. 미국조차도 중국 없이 안 된다. 중국 정부가 공직자들에게 아이폰을 못 쓰게 했는데 사실 그 파장은 클 것이다. 애플이 이번에 새 제품을 내면서 가격 인상을 안 했는데, 여기에 중국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애플 아이폰은 중국에 만든다는 점이다. 중국 역시 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패권전쟁과는 다르다.

-이번 책에서 보면 ‘패권전쟁’에 관한 부분이 많이 담겼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나.

▲내년 미국 대선이 패권전쟁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일단 내년 11월까지는 소강 국면으로 갈 것이다. 디리스킹(de-risking, 중국발 위험 제거) 이야기를 하는데, 당분간은 격렬하게 싸울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물가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는 데다, 지금까지 심하게 싸워 소강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가 있는데,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선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중국이 대만사람들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느냐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되느냐 또는 제3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텐데, 그 사이는 큰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좀 더 길게 보면 어떤가.

▲패권전쟁은 크게 금융과 과학기술 전쟁이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의 핵심은 반도체와 배터리다. 반도체가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AI)과 연결된 탓이다. 미국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궁극적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려 한다. 이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2027~2028년쯤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설계와 생산을 다 할 수 있다면 중국이 안 무서워질 것이다. 다만 중국이 (기술로) 따라오면 또 모를 일이 될 것이다. 배터리의 경우, 원료는 중국에서 나온다. 미국에서 리튬 산지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지만, 환경보호 목소리가 강한 것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2030년까지 어느 한쪽도 완전한 주도권을 갖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한국이나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과연 미국에 최고급이 들어간 공장을 지을 수 있을까. 한국은 용인이나 이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하는데, (최첨단의) 2나노급 이하 반도체 공장은 한국에 지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는 미·중 모두에 필요하다. 대만처럼 메모리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은 고슴도치가 되어야 한다. 그게 한국의 안보가 될 것이다. (외교와 관련해) 우리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을 추종하는 듯하지만, 중국에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등 경제교류를 한다. 미국과 만날 때는 미국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뒤로 할 것은 다 한다. 더욱이 미국 최고경영자들을 보면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다 중국에 다녀왔다. 반면 우리는 기업인 가운데 알만한 사람이 중국 갔다는 이야기를 듣지를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일방주의는 정말 큰 일 난다. 이데올로기가 좌우로 가면 안 되고, 생존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한국 편이어야 한다.

-패권전쟁의 승부는 어떻게 보나.

▲많은 사람이 미국이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전초전이다. 길게 간다. 2030년 가서 봐야 알 수 있다. 더욱이 승패는 확연하게 안 드러날 수도 있다.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이 먼저 위기라고 하는 거는 양국이 싸우는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전쟁에서 보더라도 전선은 반도체와 배터리인데, 이 두 분야에 한국에 세계적인 회사가 있어 겹친다. 그동안 미국은 달러 기축 통화 덕을 보는데 최근 위안화 국제화도 빠르다. 중동 등이 중국과 밀착하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는데, 이 책은 언제쯤 나오나

▲내년 총선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면 2~3개월이면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쯤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수축사회 2.0이라는 ‘안경’을 끼고 들여다보면 한국이 딱 보일 거 같다.


- 평소 어떻게 공부를 하나.

▲보통 사무실에 한 7시 반 정도에 출근한다. 1시간 정도 정보 검색을 한다. 신문 6개 정도를 모니터로 보는데, 보다 필요한 자료는 파워포인트 등에 붙여놓곤 한다. 누적된 자료가 엄청난 양이다. 이걸 주제별로 분류를 하는데 매번 그렇게 한다. 예전에 금융 쪽에 종사하다 보니 거시경제 등 관련 리포트 등도 읽는다. 멍할 시간이 없다. 인정하는 저자들이 책을 냈는지 신간들을 자주 살핀다. 책을 그냥 읽지 않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데, 어떤 책은 한 권 통틀어 밑줄이 몇 개 없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줄을 긋는다. 양복 주머니에 항상 형광펜이 있다. 밑줄은 밑줄로 끝나지 않고 다시 직접 타이핑을 친다. 정말 좋은 책, 이를테면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는 추석 때 같은 때 날 잡고 다시 읽곤 한다.


홍성국
1963년 충남 연기군 서면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1988년 대우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리서치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하는 등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2014년 공채 출신으로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2016년 저술, 강연 활동 등에 집중하기 위해 자진퇴사했다. 2020년 2월 더불어민주당에 인재로 영입됐고, 21대 총선에서 세종시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후반기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현재 민주당 원내지도부 경제대변인과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현장형 미래학자로 알려진 그는 3~4년에 한 권 꼴로 경제와 정치, 사회의 변화 흐름을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내왔다. 저서로는 '수축사회 2.0 : 닫힌 세계와 생존 게임' , '수축사회', '세계가 일본된다', '글로벌 위기 이후' 등 다수가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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