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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짜리 車 주문한 고객, 직접 시골 공장 찾은 이유[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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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크루 벤틀리모터스 방문
20년 이상 일한 직원이 직접 자수 넣어
헤리티지 개러지에서 벤틀리 역사 확인

지난달 찾은 영국 벤틀리모터스 본사는 중부 체스터 지방의 작은 도시 크루라는 곳에 있다. 수억 원이 넘는 고가 차량을 만드는 곳이지만 사람을 반기는 정문은 소탈하다. 간판도 없이 덩그러니 차단기와 펜스만 있다. 그야말로 시골에서 만드는 럭셔리카다.


3억짜리 車 주문한 고객, 직접 시골 공장 찾은 이유[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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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지나 도로 왼편에는 한창 공사 중인 건물과 함께 새로 지은 사무실이 있다. 반대쪽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줄지어져 있었다. 서울 성수동에서 볼 법한 오래된 공장을 떠올리게 한다.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공장들의 시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벤틀리는 1919년 설립됐으며 1946년부터 이곳에서 차량을 생산했다.

벤틀리모터스의 정문. 간판도 없고 차단기만 덩그러니 있다. 오른편은 주차장이다. 사진은 CW1하우에서 찍은 벤틀리 정문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벤틀리모터스의 정문. 간판도 없고 차단기만 덩그러니 있다. 오른편은 주차장이다. 사진은 CW1하우에서 찍은 벤틀리 정문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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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한땀 한땀 만드는 럭셔리카

벤틀리 공장 라인은 크게 엔진 생산 부서, 페인트샵, 트림샵, 우드샵, 조립라인, 최종점검 및 출고 등으로 나뉜다. 먼저 찾은 곳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벤테이가를 조립하는 라인이다. 외장 도색 등이 된 차체 내부에 여러 사람이 붙어서 내장을 설치하고 있었다. 현재 벤틀리는 총 2개 라인에서 차량을 만들고 있다. 하나는 벤테이가고 다른 곳에서는 대형 세단급인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그랜드투어(GT)와 컨티넨탈 GT 컨버터블(GTC)을 생산한다. 세 번째 라인은 2026년 출시할 전기차 생산을 위해 공사하고 있다.

벤틀리모터스 정문 근처에 있는 CW1하우스에 가면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이 서명하는 방명록이 있다. 사진은 벤틀리 직원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영국 국왕 조지 6세와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서명. 사진=유현석 기자.

벤틀리모터스 정문 근처에 있는 CW1하우스에 가면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이 서명하는 방명록이 있다. 사진은 벤틀리 직원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영국 국왕 조지 6세와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서명. 사진=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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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를 조립하는 라인은 여느 완성차 제조라인과 비슷했다. 여러 직원이 붙어 내부에 들어가는 시트와 센터페시아를 조립하고 있었다. 다른 건 고객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이날도 자신이 주문한 차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들른 고객이 있었다. 공장을 안내한 윌리엄 로버츠 고객 안내 담당은 "고객에게 자신의 차량의 부품 결합 버튼을 직접 누를 수 있게 하는 경험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우드샵과 레더샵은 왜 벤틀리가 고가 차량인지를 알려주는 곳이다. 우드샵은 벤틀리 내부에 들어가는 내장재를 가공하는 구역이다. 나무를 비롯해 돌 표면 질감이 나는 소재 등 다양한 재료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구역에서 일하는 인원의 경우 20년 넘게 혹은 40년 넘게 한 곳에서만 일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작업 하나에만 투입된다. 다른 구역에서 일하지 않고 오직 이 작업만 한다. '장인'이라는 명칭이 붙는 이유다.

벤틀리 공장 내부에 있는 우드샵의 모습. 조립라인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락된 공간이다. 여기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벤틀리 내부에 사용된다. 사진=유현석 기자.

벤틀리 공장 내부에 있는 우드샵의 모습. 조립라인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락된 공간이다. 여기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벤틀리 내부에 사용된다. 사진=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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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샵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여성 직원이 많았다. 총 320명의 직원 가운데 80%가 여성이다. 섬세한 작업이어서 그런 듯 보였다. 차량에 들어가는 가죽은 북유럽의 수소만을 사용한다. 모기 등 병충해가 없는 만큼 가죽 상태가 좋고 더 질기기 때문이다. 가죽 공정 가운데 일부는 수작업으로 했다. 스티치(자수) 작업이 대표적이다. 드라마에 나왔던 '장인이 한땀 한땀’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스쳤다. 벤테이가 문 하나에 들어가는 스티치 작업에만 135분이 걸린다고 하니 정말 정성이 담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공간

'헤리티지 개러지'라고 불리는 곳에선 벤틀리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총 42대의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 중 22대가 전시된다. 주로 1946년 이후 생산된 모델이 주를 이룬다. 이곳에선 100년이 넘은 차량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아직도 움직인다. 개러지 안에서 구경하고 있던 도중 직원이 차량을 옮기는데 직접 운전을 해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벤틀리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헤리티지 개러지 모습. 벤틀리 공장 내부에 있다. 총 42대의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 22대가 전시된다. 사진=유현석 기자

벤틀리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헤리티지 개러지 모습. 벤틀리 공장 내부에 있다. 총 42대의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 22대가 전시된다. 사진=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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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맞춤 제작을 전담으로 하는 뮬리너 하우스에 방문했다. 뮬리너는 크게 '큐레이티드 바이 뮬리너', '비스포크', '코치빌트'로 나뉜다. 큐레이티드 바이 뮬리너는 기존에 나온 벤틀리 차량에 여러 옵션을 넣는다. 비스포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차량의 다양한 부분을 고객과 담당 직원이 꾸민다. 예를 들어 차량 외부의 색상을 비롯해 내부 소재와 스티치 색상과 소재 등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조합할 수 있는 옵션의 수는 무려 460억 가지. 오직 나만을 위한 차량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벤틀리 뮬리너 및 모터스포츠를 총괄하고 있는 안사르 알리는 "뮬리너와 관련된 문의는 매달 100여가지가 넘는다"며 "뮬리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로 고객이 우리와의 협업을 즐기고 제품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틀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나만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벤틀리 뮬리너 하우스에서 직원과 함께 차량 내부의 다양한 부분의 색상을 변경하는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벤틀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나만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벤틀리 뮬리너 하우스에서 직원과 함께 차량 내부의 다양한 부분의 색상을 변경하는 모습. 사진=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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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차를 재생산하는 컨티뉴에이션 시리즈의 모델인 '블로워'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블로워는 과거처럼 엔지니어가 최소의 작업을 빼고는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차량 밑으로 들어가 손수 부품을 조였다. 엔진과 시트도 직접 달았다.


벤틀리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가격이 비싼 걸 떠나 차량 한 대에 쏟아붓는 정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단 한대를 만들어도 특별하게', '나만의 차량', '과거의 명차를 다시' 등 벤틀리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건 중심에 고객을 두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을 발전시키고 재생산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식이다. 럭셔리 카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셈이다.


벤테이가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 사진제공=벤틀리모터스

벤테이가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 사진제공=벤틀리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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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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