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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은 삶의 필수, 예술이 잇는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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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작가, 12년 만에 한국서 개인전 '달이 뜬다'
갤러리현대 신관, 두가헌서 진행
주요 연작 200여점 공개, '달항아리' 신작과 달무지개 그린 '달이 뜬다'
500개 사발 쌓은 설치작 '한식구' 등

강익중 작가, 사진제공 =[갤러리 현대

강익중 작가, 사진제공 =[갤러리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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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끊어진 것들을 잇는 것이 내 역할 같다”


12년 만에 개인전을 통해 돌아온 재미작가 강익중은 ‘이음’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역할을 소개했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 현대 신관과 두가헌에서 진행되는 그의 이번 전시에는 달무지개를 표현한 신작 '달이 뜬다' 연작과 30여 점의 드로잉, '내가 아는 것' 연작 등 20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가 달항아리를 처음 작업에 차용한 건 2004년 부터다. 당시 일산 호수공원에 대형 원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울어진 작품 형상을 보며 유년시절 본 달항아리를 떠올렸다는 그는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합쳐 손으로 잇고 가마에서 하나의 몸으로 완성되는 과정 속에 융합, 조화, 그리고 풍요의 주제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이야기를 이루지 않느냐 묻는 작가는 “이것이 곧 우리의 삶이 된다”며 “다른 존재와의 연결은 우리 삶에 필수적 요소고 예술이 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늘위의 달을 바라보듯 달 연작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지금 사는 세상에서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 아래로는 땅을 보며 그 사이를 연결하는 안테나, 내가 작가로서 이어오는 역할이다”라고 덧붙인다.

설치작 '우리는 한식구'. 산처럼 쌓인 밥그릇 뒤로 DMZ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진제공 = 갤러리현대

설치작 '우리는 한식구'. 산처럼 쌓인 밥그릇 뒤로 DMZ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진제공 =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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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2층 한 켠에는 낡은 밥그릇 수백 개가 산처럼 쌓여있다. 그 사이로 dmz비무장지대에서 녹취한 새 소리가 새어나온다. 작가는 밥그릇들이 언젠가 따뜻한 밥을 담아 한 식구가 먹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그는 서울시청 분향소를 찾은 뒤 자신의 SNS에 ‘우리는 한식구’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같이 먹어서 한식구/같이 울어서 한식구/같이 웃어서 한식구/같이 아파서 한식구/같이 품어서 한식구/같이 나눠서 한식구/같이 꿈꿔서 한식구”

분향소에 찾아와 슬픔을 나누는 추모객들을 보며 함께 눈물을 훔쳤다는 그는 “‘우리는 한식구’에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존재, 남과 북, 가족과 민족을 뜻 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한참 밥의 뜸을 들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정답게 같이 나눠 먹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벌어진 세상의 상처까지도 연결을 통해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강익중, 'The sweetest sound to me is raindrops falling on leaves' 사진제공 = 갤러리현대

강익중, 'The sweetest sound to me is raindrops falling on leaves' 사진제공 =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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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프랫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며 작은 캔버스에 작업한 '3인치' 작업은 이후 그의 대형 공공미술작업으로 확장됐다.


그는 최근 탄생 90주년 행사가 이어지는 백남준 작가와의 인연을 회상했다.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고인과 '멀티플/다이얼로그'전을 함께 진행했던 그는 “선생님은 진짜 예술가라면 그림 파는 데만 몰두할 게 아니라 세계를 끌어안고 미래를 상상하며 앞으로 나가야한다는 화두를 내게 던지셨다”며 “처음 뉴욕에서 만났을 때 대뜸 ‘30세기는 어떻게 될 것 같냐’라고 물으실 만큼 사람들이 오늘, 내일에 연연할 때 그 분은 천년을 내다보는 ‘낮에 별을 보는 디지털 무당’그 자체셨다”고 회상했다.


작가는 틈틈이 시 쓰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뉴욕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만 30편의 시를 썼다. 얼마 전 시화집 ‘마음에 담긴 물이 잔잔해야 내가 보인다’를 출간한 작가는 “내 삶에 목표가 딱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단순한 생각, 둘째는 부지런한 몸, 그리고 셋째는 욕심 없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오랜 작업활동을 위한 그의 결연한 다짐같이 느껴졌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진행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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