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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화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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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우산을 써도 신통찮은 여우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 이어진다. 환경이 쾌적해도 차분히 평정심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인데, 날씨마저 이러하다. 이성적 판단과 사려 깊은 언행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계절, 여름이 와버렸다.


자기보다 약한 어린 아이나 여성, 노인을 희생양 삼아 악의와 분노를 살상으로 터뜨린 범죄가 신문 사회면 을 채워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비논리적인 착시현상과도 같이, 후텁지근한 계절과 함께 잔혹한 뉴스들은 어김 없이 몰려온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이나 40대 여성 배우 피습사건, 병원으로 이송된 아내가 숨지자 응급실 의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 등이 '분노'를 범행동기로 삼은 최신 사례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말았어야 할 짜증과 분노를 거침없이 남에게 폭발한 범죄가 개인 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흔하다. 집단의 분노에 의한 범죄도 만연하고 있다.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확성기 시위와 윤석열 대통령 서초동 사저 앞 맞불 시위를 보라. 당사자들은 무슨 대단한 의의와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식과 시민의식을 가진 절대다수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행위는 최소한의 공감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인근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범죄일 뿐이다.

게다가 집단적 분노의 표출이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확대되면서 그 파급력의 범위와 강도, 기간, 피해 정도가 심대하여 점점 더 우리 사회의 거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인문학 저술가 정지우의 2014년도 책 '분노사회'는 여러 서양 철학자들이 고찰한 분노의 개인적, 사회적 개념을 짚어보고 한국사회에 적용해 분석했는데, 공감이 가서 몇 단락 인용해 본다.


원래 분노란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나, 현대인의 분노는 더 이상 생존과 거의 관련 없고, 자신의 관념이 현실과 어긋날 때, 또는 자기 내부에서 관념이 이미 어긋나있을 때 나오는 어긋남과 부적절의 감각에서 생긴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가장 문제적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았다. "집단적 위계 문화는 서로를 비교하며 우열을 가르고 수치심, 모멸감, 박탈감, 적개심, 좌절감, 강박증, 탐욕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분노를 생산하는 근거가 된다. 집단적으로 위계 지어진 관념은 개인들로부터 고유성을 박탈한다. 우리는 이미 집단에서 공유하는 잣대로 개인들을 평가하는 폭력에 익숙하다. 집단적 기준을 통한 각종 뒷담, 멸시, 차별, 시기에 동참할 때 우리는 스스로 이 사회를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분노 해결법 중 하나는 '연대(連帶)'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역할 수행을 강요받는 집단을 부수고 나와, 타인과 연대해 책임을 발휘하는 능동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정치에 참여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편 갈라치기와 갈등을 조장하는 집단주의, 취존(취향존중)만 외치는 고립된 개인주의가 숨 쉬듯 목격되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결국 개선의 시작점은 우리 자신이다. 불쾌지수가 올라 짜증나고 살림형편은 나날이 나빠져 힘든데 무슨 공정성, 도덕성, 시민의식 타령이냐 할 게 아니라, 이럴 때 일수록 나부터 정신줄 똑바로 붙들 일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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