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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미래]③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서촌은 서촌…역사와 경제생활 공존하는 '에코뮤지엄' 돼야"

[서촌의 미래]③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서촌은 서촌…역사와 경제생활 공존하는 '에코뮤지엄' 돼야"

최종수정 2022.05.19 07:38 기사입력 2022.05.17 06:00

서촌, 서울 600년 정체성 담고 있어
개발의 문제점은 잃는 게 많다는 것
고층 개발보단 경복궁과 높이 맞춰야
주민 설득 위해 '간접화폐' 대안 고려도
'에코 뮤지엄' 통해 지역보존·경제생활 함께

서울 종로구 서촌마을. 한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나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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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서촌시대' 또한 예고하고 있다. 빈집이 된 청와대는 관광객의 발길과 구도심 개발 열망이 채웠다. 서촌과 삼청동, 청운효자동 등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상가 호가도 훌쩍 뛰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관광객 증가와 상권 활성화가 '서촌시대'의 전부가 아니며,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을 상징적으로 억눌러왔던 권력이 빠져나가면서, 서촌이라는 공간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서촌은 도시 한복판의 구도심이자, 역사와 전통을 지닌 특수성을 지녔다. 동시에 낙후된 구도심이라는 한국 도시 문제의 보편성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촌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서촌은 그간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시아경제는 서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서촌 주민은 물론, 상인, 공무원, 정치인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서촌이 '서울 600년'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고려 시대 한옥부터 조선, 일제를 지나 현대까지 주택 역사의 맥이 이 곳, 서촌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 소장은 1990년대부터 서촌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3일 낮 서촌에서 만난 그는 서촌이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주민들이 역사 보존과 경제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에코뮤지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촌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황평우) 나는 서촌이 북촌보다 서울의 600년 고도(古都·옛 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북촌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 한옥들이 굉장히 정형화돼있다면 서촌은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져 부정형성, 즉 곡선이 많이 살아있는 곳이다. 골목골목 조선 초기부터 일제까지 형태가 다른 한옥들의 모습이 남아있기도 하다. 주택의 역사의 흐름에서 한 맥을 차지하고 있는 서촌이야말로 서울 600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남기고 있다. 기록이 많진 않지만 서촌에는 남경유적 터 같은 고려의 역사, 선사시대 유적지까지 있다.

---서촌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큰 것 같다. 그렇다면 서촌에서 상징성 있는 장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홍건익 가옥처럼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곳처럼 상징성 있는 장소는 많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았던 한옥이 쭉 줄지어있다. 난 이런 것도 소중하다고 본다.


또 중요한 것을 말한다면 '송석원'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서촌에는 서자출신 문화예술인들이 머무르면서 여항·위항 문학이 싹튼 곳이다. 송석원은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술 한잔 먹고 철학·문학 얘기를 했던 장소다. '송석원'이라고 적힌 바위글씨가 있는데 콘크리트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이 바위 글씨의 명확한 위치를 찾으려고 공주대학교와 협업해 조사를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의미있는 터들이 하나둘씩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송석원 인근 옥류동 계곡에 남아 있는 '옥류동' 바위 글씨. 1950년대 이후 소재가 밝혀지지 않았다가 2019년에 발견됐다. '송석원' 바위 글씨는 아직 찾지 못했다./출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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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원(松石園):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에 의하면 송석원은 조선 정조 때 평민시인 천수경이 살았던 집의 이름이다. 인왕산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정조 10년(1786년) 7월 천수경은 송석원이 있는 옥계, 즉 옥류동에서 같은 중인 계층인 차좌일, 장혼, 조수삼 등 13명의 시인들과 함께 시인 문학 단체(시사)를 결성했는데, 이는 송석원시사 혹은 옥계시사로 불렸다. 송석원은 일제강점기 때 이르러 친일을 했던 윤덕영의 별장인 벽수산장이 됐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위항문학(委巷文學): 조선후기 서울을 중심으로 중인·서얼·서리 출신의 하급관리와 평민들에 의해 이뤄진 문학양식. 여항문학(閭巷文學)이라고도 불린다. 18세기부터 양반사대부가 아닌 중인 이하 상인·천인까지 포함하는 계층이 한문학 활동에 참여하며 19세기부터는 이들의 한문학 활동이 시단의 큰 흐름까지 형성한다. 당시 양반사대부가 아닌 계층인 중인 이하 하급계층을 위항인이라 지칭한 것에 따라 편의상 위항문학으로 지칭하게 됐다. 이 문학을 통해 신분상승 운동으로까지 확산되며 18세기 위항문학운동의 절정기를 맞이하기도 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서촌 일대 전경. 한옥, 빌라 등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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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소장님께서는 역사문화경관 차원에서 경복궁 주변은 엄격하게 난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신 걸로 안다. 이번에도 입장은 비슷한지.

▶ 개발의 문제점은 잃는 게 많다는 것이다. 사라지고 나면 재현하기 어렵다. 역사문화경관이라고 하면 스카이라인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나는 공간의 의미를 생각한다. 1천년 이상 수도가 유지됐던 곳은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은 백제 수도부터 고려 남경, 조선 수도까지 하면 1300년 정도 된다. 그 역사만큼의 상징성이 이 주변에 담겨있다.


또, 서촌은 외교사와 문명 교류사의 역사도 있다. 서촌은 역관같은 중인들이 모여 살았다. 여항 문학가들을 비롯해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같은 실학사상을 펼친 이들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역관에게 외국의 책을 수입해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근현대로 들어오면 서촌은 먹고살기 힘들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의 거주지이기도 했다. 천상병 시인, 윤동주 시인, 이상 소설가 등 예술인의 역사도 있다. 일제 때 지어진 동양척식회사 칙임관과 주임관이 썼던 관사도 있고,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도 있다. 앞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처럼 서촌은 재밌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의미있는 지역이다. 그걸 지금 그대로 유지하고 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재건축을 하면 이런 역사문화경관, 이 공간은 다 사라진다. 또, 여기 살던 사람들도 나가야 한다.


문화재 전문가지만 복원이라는 말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서까지 복원해야 정말 복원이다. 다시 짓는다, 다시 새로 만든다는 것은 복제이지 복원은 아니다. 남경유적 터나 창의궁 터 같은 곳은 복원 자체가 어렵게 됐다. 백사 이항복 등이 한양도성을 내려다 봤다고 하는 필운대 앞도 5~6층짜리 새로 난 시멘트 건물로 막혀버렸다. 이런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고층 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잘 보존하는 것이다.


서촌 지역에서 고층 건물은 안 지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이중적이다. 해외 여행을 갈 때 사람들은 파리의 구시가지, 이탈리아의 로마, 피렌체를 찾지 않냐. 이런 곳은 고층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돈과 이익을 쫓아 개발을 할 게 아니라 문화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 경복궁 주변도 한옥집들을 생각해 고층 건물을 짓는 개발보다는 경복궁과 비슷하게 맞춰나가야 한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을 전통 옷을 입은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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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청와대 개방 이후 일부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 주민들에게 ‘보존’이라는 방향성을 설득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주민들에게 ‘간접화폐’를 주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국가유공자 수준의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21세기에 문화재나 천연기념물을 지키기 위해 고통받는 것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이야기는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가 땅을 매입하는 대안도 있지만 어떤 주민들은 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각종 세금 면제, 교통비 지원 등의 경제적 혜택을 통해서 그 지역을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제도적, 시스템적 지원이 오히려 보존을 장려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청와대 개방과 함께 서촌이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관광을 위해 외지인들이 많이 올 것이다. 청와대나 경복궁과 다르게 서촌은 실제 사람들, 일반 서민들의 삶의 공간이기 때문에 웅장하고 화려하진 않다. 단순히 관광의 목적으로 오기보다는 같이 보고 느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면 안된다.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시작해서 폐쇄적으로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통합해서 의견을 내는 개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속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시 차원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한옥들만 만들어선 안된다. 서촌이 문화적·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한옥을 있는 모습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도록 하고, 관리 차원의 한옥이 아니라 실제로 운용하는 한옥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공간도 좋지만 딱 쓰고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로 함께 쓰자는 것이다. 가령, 청년들에게 한옥에 살 수 있게 장기 임대를 주고, 청년들이 가진 능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교감하는 식으로 문화공간을 꾸릴 수도 있다.


시민들에게 전면개방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밤 청와대 앞. 청와대로 가는 문 앞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다/사진=황서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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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에코 뮤지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소장님이 생각하는 서촌의 발전 방향과도 맞닿아 있나?

▶ 맞다. 서촌이라는 공간이 에코뮤지엄이 됐으면 좋겠다. 에코뮤지엄은 주민들이 그 지역에 살면서 경제생활을 하고 지역을 보존하고 문화공간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용인 민속촌도 에코뮤지엄이지만 이곳은 출퇴근을 한다. 지역 주민이 살면서 마을 커뮤니티를 결성해서 마을 전체를 관리하면서 조율해 나가면 좋겠다. 여기에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서 논의할 수 있다. 가령, 과도하게 많은 카페가 들어오는 등에 대한 중요한 마을의 문제나 결정을 공동체가 다 같이 의논하고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에코뮤지엄: 지역 주민들이 지역 고유 문화와 자연·문화 유산을 보존, 계승하면서 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형태의 박물관이다. 주민들이 직접 박물관을 운영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서촌은 ‘어떤 마을이다’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 서촌은 그냥 서촌이다. 어떤 특별 명사나 고유명사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보통 명사는 모든 걸 다 포함한다. 이 곳을 거쳐간 역사적 인물이 많고, 대표적인 인물 누구 하나를 딱 짚어서 말할 수 없다. 경복궁의 서쪽이라서 ‘서촌’. 그 이름이 가장 서촌의 역사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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