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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 수능’ 여파? 꽁꽁 숨은 수험생들…한산한 서울 번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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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일제히 집으로 "행여 확진자 돼 논술, 면접 못 볼까 걱정"
서울 홍대·신림역·강남역 인근 번화가 모두 한산한 모습
상인들 "예년 수능보다 학생 손님 수 확연히 줄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수환 수습기자 ksh2054@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수환 수습기자 ksh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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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김수환 수습기자, 공병선 수습기자, 류태민 수습기자] 사상 초유의 혼란 속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예년과는 달리 모두 집으로 꽁꽁 숨었다. 업계가 기대한 수능 특수도 당연히 없었다.


초유의 대규모 감염병 사태 속에서 마스크 착용, 책상 앞 가림막 등으로 생소환 환경에서 ‘코로나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의 발길은 일제히 집으로 향했다. 만에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될 경우 향후 예정된 논술이나 면접 고사를 치를 수 없는 탓에 몸을 사린 것이다.

시험장에서 나온 학생들은 일제히 “마음 같아서는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집에서 쉬기로 했다”면서 “입시가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면접 등이 남아 있어 확진자가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3일 오후 7시30분께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젊음의 거리는 평소보다도 한적한 모습이었다. 수험생이나 가족들은 찾기 어려웠고, 커플이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만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로 북적였을 곳이지만 추워진 날씨와 코로나19 여파 탓인지 길거리에는 그 흔한 버스킹을 하는 이들조차 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상점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한 드러그스토어 직원 이모(씨는 “지난해에는 수능날 학생들이 많이 찾았었는데 오늘은 학생 손님이 전혀 없다”면서 “연말 세일 기간이지만 손님 수는 예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코인노래방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한 코인노래방 점주 박모(65)씨는 “보통 같으면 저녁 시간대에 찾아오는 수험생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바로 집에 간 것 같다”면서 “저녁 식사 이후에 온다고 해도 9시 이후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순대타운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병선 수습기자 mydillon@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순대타운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병선 수습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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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순대타운 인근 유흥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평소에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두 집 건너 한 집은 파리만 날릴 정도였다. 거리는 한산했고, 사람보다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수능날이라고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매년 수능 때는 이시간대에 학생 손님이 많았지만, 오늘은 딱 2명 왔다”면서 “고생했다는 의미로 서비스로 사이다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따금씩 만난 수험생들도 자유를 온전히 만끽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닭갈비집에서 만난 수험생 최민성(18·남강고 3)군은 “수능을 치르고 시험 정보를 공유하러 친구들을 잠깐 만나서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PC방을 가기도 꺼려지고, 밥만 먹고 바로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도 수험생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번화가 골목에는 주로 20~30대 시민들만 돌아다녔고, 10대 학생들은 자취를 감췄다. 수험생들이 출입할 수 없는 술집들도 텅텅 빈 곳이 많았고, 그나마 10대들이 자주 찾는 오락실도 인적이 드물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류태민 수습기자 right@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류태민 수습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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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의 한 코인노래방 아르바이트생 소모(22)씨는 “평소에는 학생들이 꽤 찾는 편인데 오늘은 오히려 학생 손님이 없다”면서 “유독 20대 손님이 많고 중고등학생 손님은 전혀 보질 못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도 정부가 그간 수능 방역에 집중해온 만큼 수능 자체를 통한 감염 전파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능이 끝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그간 힘들게 공부해 온 시간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만큼은 압박감을 털고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면서 "수능 이후에도 입시 전형이 계속되므로 애써 공부한 수험생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가급적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역시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만큼 수능이 끝난 뒤 친구들과 모임을 갖거나 밀폐된 음식점, 카페에서 장시간 대화하는 활동은 최대한 피해달라"며 "수능을 끝낸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님들 역시 오늘 같은 날은 식당에서 가족 외식을 계획할 수 있겠지만, 밀폐된 환경이 위험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김수환 수습기자 ksh2054@asiae.co.kr
공병선 수습기자 mydillon@asiae.co.kr
류태민 수습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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