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누구를 위한 3%룰 인가]전문가들 "보완도 의미 없다...폐지가 바람직"

최종수정 2020.10.16 11:09 기사입력 2020.10.16 11:09

댓글쓰기

재산권 침해·시장경제 위배
강행 땐 차등의결권 필수
민간 기업만 적용도 문제

[누구를 위한 3%룰 인가]전문가들 "보완도 의미 없다...폐지가 바람직"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박지환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3%룰'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의지가 강하고, 경제계는 3%룰을 비롯해 몇몇 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학계와 경제계 전문가들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룰을 비롯한 몇몇 조항이 헌법상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시장경제 위배정책이라며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6일 "3%룰은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가 가지는 재산권인데 이를 불분명한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성립될 수 없는 논리"라며 "이는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은 별 의미가 없고,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을 개정해 앞으로 기업들이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바꾸려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주주가 임명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고 있는데 현 제도에서는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을 바꿔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출시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개정안 내용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과거 소버린의 SK 공격이나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서 보이듯 외국계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기자본의 특성상 주식의 소유권 및 의결권의 행사 주체를 다국적 형태로 다변화한다"며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3%룰을 무력화시키고 새로 도입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를 활용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기업경영을 간섭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경영권 위협을 받는 기업들은 당연히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자산을 쌓아두고 투자와 신사업 진출을 뒤로 미룬다"며 "결과적으로 회사를 위축시켜 일자리가 감소하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3%룰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도 "이사회 멤버인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주주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현재 이사회 독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제도 신설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계의 의견을 묵살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을 도입한다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요 안전장치로는 글로벌 주요국들이 허용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이나 '일시적 3%룰 완화' 등이 거론됐다.


미국의 경우 '1주 1의결권' 원칙이 기본이지만 회사 정관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을 허용 중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A주와 B주의 의결권이 각각 1개와 10개로 다르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절대적 지분 없이도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주인수선택권은 해외 투기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영권 위협을 시도하면 신주발행 시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 매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보유 지분 15%가량으로 6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외국에서는 경영 안정이 안 되면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 경영 주체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차등의결권 도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추가 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권만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기업들에만 3%룰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감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회사 경영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가 주된 취지인 만큼 3%룰 적용 대상이 아닌 공적 법인들에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3%룰을 고수하고 싶다면 공익법인은 물론 기업은행과 같은 정부 지분이 많은 곳들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감사라는 자리는 대단히 전문적 영역인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공기업의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어 이들 기업의 경영과 감시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여당 내에서는 의무 보유 기간 제한을 통해 대주주를 규제하거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때 의결권 제한 지분율을 3%에서 6%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일본의 감사회 제도처럼 감사에게는 이사 자격과 이사회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고 감사 업무로만 그 권한을 한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온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