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중소기업도 발행 허용… 투자자 한도도 2배로 확대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발행 한도(모집 한도)를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비상장 중소기업에게도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발행한도 상향에 맞춰 투자자의 투자한도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크라우드펀딩 발전 방안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상에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로 자금모집 및 보상방식에 따라 증권형·대출형(P2P)과 후원형(리워드형), 기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의 기업 자금조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발행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발행한도도 상향한다. 먼저 발행기업 대상을 비상장 창업·벤처기업에서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상장기업 중 코넥스 상장 이후 3년 이내인 기업에게도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한다. 다만 일반공모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은 제외하기로 했다. 발행기업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펀딩 가능한 기업의 수도 현재 약 330만개에서 약 530만개로 1.6배가량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발행한도도 현행 연간 15억원에서 주식에 한해 연간 30억원으로 확대한다. 채권은 연간 15억원 한도를 유지하되 상환 독려 등을 위해 상환금액만큼 한도를 복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5억원을 발행 후 연내 5억원을 상환했을 때 연내 5억원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게 허용하는 식이다.

기업의 발행한도를 높인 만큼 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연간 총 투자한도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일반투자자의 연간 투자한도는 현행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적격투자자의 연간 투자한도도 현행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올린다. 단, 동일 기업에 대한 일반투자자와 적격투자자의 연간 투자한도는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인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후속투자와 대출 등 정책금융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먼저 한국성장금융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약 200억원 규모의 K-크라우드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향후 소진율에 따라 추가 펀드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펀딩 성공기업 연계대출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사기 등 범죄이력이 있는 기업의 크라우드 펀딩 발행을 금지하고,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중개기관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투자기간이 장기인 점을 고려해 투자자에 대한 발행기업의 정보제공을 확대·체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도 확대한다. 현재 발행기업은 법상 연 1회의 결산자료 공시의무만 부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 발행 이후에는 기업의 경영 현황 및 합병, 영업 양수도, 폐업 등 중요사항을 투자자가 제때 알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 발행기업의 중요사항에 대한 정보공시를 체계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는 발행기업의 존속, 조직변경 등 중요사항에 대해 기업이 중개기관 홈페이지에 공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발행기업의 경영 정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넷 개편할 예정이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며 “위법행위로 인한 투자손실은 신뢰 상실과 시장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중개기관과 기업, 여러 유관기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신뢰받는 시장 조성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국은 향후 중개기관의 업무영역 확대(부수업무 신고), 정책금융 지원 확대 등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사항은 최대한 신속하게 시행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3분기 중 입법예고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