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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밖에 몰라 상산高 다닌게 죄냐", '폭풍전야' 전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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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사고 재지정 발표 D-3
'전북 명문고'서 '특권학교' 오명으로 … 20일 첫 폐지 기정사실화
학교 측 "취소 전제 불공정 평가 법적책임 물을 것" 대응 고심
학부모들 113일째 피켓 시위 … 지역 우수인재 대거 이탈 우려
남은 23개 자사고들 평가결과 주목 … 교육부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

지난 3월15일 전국에서 집결한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전주시 완산구 상산고 교정에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 상산고 학부모 제공)

지난 3월15일 전국에서 집결한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전주시 완산구 상산고 교정에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 상산고 학부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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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전주 상산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잇따른 지정 취소가 예고되면서 교육계가 큰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기조의 현실화인데, 1번 타자가 된 상산고는 지정 취소 결정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상산고 주변에선 정부와의 정면승부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14일 상산고에서 만난 박삼옥 교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교육자가 당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한다는 게 내키진 않지만, 결국 해야 한다면 적당히 넘어갈 순 없고 정신적ㆍ시간적인 손해는 물론 학생들에게 끼칠 혼란까지 모든 책임을 다 묻겠다"고 말했다. 상산고에 대한 평가 결과는 20일 나온다. 올해 평가를 받는 전국 24개 학교 중 첫 번째다.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1981년 세운 이 학교는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3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그 전에도 지역 내 명문고로 손꼽혔지만 자사고 전환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사고 폐지 정책이 추진되고, 3선에 성공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상산고는 일순간 '특권학교'라는 오명을 쓰고 자사고 지위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상산고의 재지정 탈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려 사실상 합격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교육청은 대개 70점이다. 이에 상산고 측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점수"라고 일축했다.


박 교장은 "자사고가 설립 목적에 맞춰 잘 운영하고 있는지 보려는 게 아니라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도 크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취소 결정이 나오면 상산고 측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 교장은 "교육청 청문과 지정위원회 심의에 가서도 평가의 부당성을 제기할 것이지만, 끝내 재지정을 받지 못한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지난 2월25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전북 완산구 전북교육청 앞에서 부당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지난 2월25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전북 완산구 전북교육청 앞에서 부당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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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학부모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앞 피켓시위는 17일로 113일째를 맞았다. 두 딸을 상산고에 보낸 학부모 오모(전북 군산) 씨는 "학교가 불법ㆍ부정한 일에 휘말리거나 재정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아이도 학교생활에 만족해 하며 잘 다니고 있는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학년 학부모도 "요리 좋아하는 학생은 요리 특성화고에 다니고, 예체능에 소질 있으면 예술고나 체고에 가는데, 공부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 열심히 하는 학교에 다니겠다는 게 왜 문제냐"며 속상해했다.


지역 명문이 사라지면 경제력 있고 성적 좋은 학생들이 대거 서울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김모(전남 해남) 씨는 "시골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해도 강남 8학군으로 이사라도 가면 모를까 학교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며 "그나마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가 있어 문을 두드려볼 기회라도 갖게 되는데 과연 어느 쪽이 평등교육이냐"고 되물었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전북 전주) 씨도 "상산고가 아니어도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서울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지정 평가를 받고 있는 상산고 외 전국 23개 자사고들 역시 상산고의 평가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전북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하면 상산고를 상대로 청문 기회를 준 뒤 교육부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 교육부 지정위원회 심의, 교육부장관 결정, 교육감 최종 확정 등이 이어진다. 자사고에 대한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장관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지정 취소가 가능한 만큼, 이 모든 절차는 교육청과 교육부가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전북교육청과 교육부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며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때 서울에만 자사고가 20개 넘게 생기면서 일반고가 황폐화했고 초등학생까지 고입 경쟁을 하게 됐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교육감의 (평가 및 재지정)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조인경 기자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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