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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뭣이 중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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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산업부 기자] 저녁이 있는 삶은 누구나 꿈꾼다. 정치인 손학규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저녁이 있는 삶'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에 대한 목마름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저녁이 있는 삶이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탓일 게다.
저녁이 있는 삶은 저녁 시간을 즐기는 여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손학규는 선을 긋는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저녁이 있는 삶'에서 이렇게 규정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구도를 반대하는 가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못 살아야 한다는 이분법, 내가 옳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틀려야 한다는 이분법…. 이 모든 것에 반대하는 가치가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최근 들어 더 마음에 와닿는 건 주당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서다. 많은 기업이 52시간 근로시간을 맞추면서도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의 유사 버전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반신반의하며 7월 이후의 새로운 삶을 기다린다. 예행 연습에 돌입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의 일상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상 뒤에 가려져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일부 직장인 사이에서는 저녁만 있고 돈은 없는 삶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야근이나 잔업 수당이라도 꼬박 챙겨 생계비와 자녀 교육비에 보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은 슬프기까지 하다.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제조업체 직원의 월평균 수입이 40만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노동 비용이 연간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추산을 보면 간과할 수만도 없는 뼈아픈 현실.

한 가정을 가진 남자라고 밝힌 네티즌의 댓글이 우리네 삶의 단편일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더 일해서 가족들 하고 싶어 하는 거 더 해주고 싶은 맘(마음). 내가 하겠다는데 왜 내가 결정을 못 하게 하느냐."

'뭣이 중헌지' 나도 모르겠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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