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중국 통신 기업들을 옥죄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ZTE는 미국의 제재 한달도 안돼 사업을 접을 정도로 흔들렸다. ZTE는 지난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서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이 중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숨통이 끊어질 찰나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ZTE에 구명줄을 내려준 것이다.
그런데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대가없이 ZTE의 제재를 풀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가 트윗에서 언급한 대로 '더 많은 미국산 부품'의 구입을 조건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ZTE는 퀄컴, 코닝, 인텔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로 5세대(5G) 이동통신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했다. 브로드컴이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오랜 관계를 맺어온 점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관계사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는 것도 무산시킨 바 있다. 미국은 겉으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국 기업의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중국 장비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못나오는 건 통신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주고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베타테스터로 전락할 처지다.
화웨이는 처음 국내에 진출할 때 거의 무료로 통신 장비를 공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타 외국 기업에 비해 70% 가량 저렴한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 통신 장비는 한번 공급하고 나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 뒤로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요구해도 울며겨자먹기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초'를 외치는 바람에 한국 기업들은 협상력마저 잃고 말았다.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을 배워야할 듯하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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