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북 안동 임청각을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이라 말하면서 임청각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안동시 법흥동 법흥교 옆에 있는 임청각은 세종 때 좌의정을 역임한 이원(李原)의 여섯째 아들 영산현감 이중공과 형조좌랑을 역임한 이중공의 셋째 아들 이명이 1519년 건축한 조선 중기 별당형 정자다.
하지만 정작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1858∼1932)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은 석주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기도 하다. 이 중에는 석주 선생의 두 동생과 아들, 손자, 조카 등이 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전답은 물론, 99칸짜리 임청각까지 처분해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는 바람에 당시 일제가 독립운동 성지나 다름없는 임청각의 정기를 끊으려고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을 뜯어내고 마당 한가운데 중앙선 철길을 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문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손부 허은(1907∼1997)여사 슬하 7남매 중 장남은 일본강점기 경찰에 끌려가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고 둘째, 셋째, 넷째는 실종되거나 사고로 숨졌다.
허은 여사는 훗날 회고록에서 "(나라에)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남 앞에 비굴함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선대의 긍지가 그들 핏속에 자존심으로 살아 있구나 싶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홍민정 기자 hmj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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