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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트럼프 정부의 상상과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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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다 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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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관계의 모든 상호작용은 협력과 경쟁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평화가 됐든 성장률 견인이 됐든 협력은 행위 주체를 이롭게 하며 경쟁은 환경파괴·전쟁위기와 같은 리스크를 초래한다.

모두가 협력을 하면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경쟁을 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이론에서 상대를 배신함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지는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게임이론의 대가인 로버트 액설로드 미시건대 교수는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대회를 열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은 맞불(tit-for-tat) 전략이란 것을 밝혀낸다. 양자 대결을 할 때 상대가 협력을 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반하면 이에 응징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맞불전략은 협력으로 시작하는 게 기본이다. 보복을 당했을 때는 협력하지 않을시 치러야할 대가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사용해야한다. 이를 통해 상대의 배반 의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국제관계 설정 국면에서 이런 전통적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는 협력의 결정체인 자유무역을 오랜 시간 동안 지지해왔다. 게임이론의 맞불전략에 따르면 무역장벽 건설, 보복관세 부과와 같은 트럼프 정부의 행동은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동반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다자주의가 양자주의에 앞선다는 교역의 법칙을 트럼프가 저버리는 것이 확실해질 경우 양자주의적 맞불전략의 실행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역사는 우리에게 자유무역 탈퇴 움직임이 얼마나 큰 역풍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은 보호주의 열풍이 불던 지난 1930년 관세율을 높인 '스무트-홀레이법(Smoot-Hawle Tariff)'을 시행했다. 이 조치로 2만개가 넘는 외국산 물품에 수입관세가 부과됐다. 이후 3년간 상대국들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수입은 66% 줄었고 수출은 61% 감소했다. 피해를 입은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1929년부터 1934년까지 전 세계 교역 규모는 3분의 2가 줄어든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강경모드에서 한걸음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약속과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의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오히려 이렇게 협력이 잘되고 있는 중국과 각을 세워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더 좋은 소식은 트럼프 스스로 배반자 응징이라는 맞불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이슬람국가(IS)가 그 대상이다. 트럼프는 재래무기로는 최대 화력을 지난 폭탄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의 IS 근거지를 공격했다. 또한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향하게 하는 한편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개입을 시작했다.

물론 트럼프의 게임이론 실행은 위험한 감이 있다. 협력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행위주체에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숨을 죽이며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잘 공지된 맞불전략의 정확한 실행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 급파했다던 칼빈슨호가 사실 호주를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정부의 실책이다.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배반자의 공격적 행동에 순응하는 것은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협력을 구축하는 것만이 배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돼야 한다. 이를 성취하고 어떤 행위자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트럼프 정부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더 좁힐 필요가 있다.

하마다 고이치 美 예일대 명예교수 / 아베 신조 日 총리 경제 특별자문
ⓒ Project Syndicate / 번역: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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