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베팅' SK하이닉스 "인수제안서 제출"…삼성전자, 시장 변화 가능성 예의주시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신설회사 지분 19.9%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WD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WD는 도시바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분사 결정 이전부터 유력한 지분 인수 기업으로 떠오른 회사다.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서 WD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양사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일본의 반도체 자존심인 도시바 지분을 한국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한 정서적 장벽 등이 이유로 분석된다.
하지만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분사 이후 일부 지분(19.9%)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복잡한 이유가 담겼다는 점에서 섣불리 인수전의 유불리를 단정해서는 위험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사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바의 원전사업에 따른 자금 부담 해소를 위해 일부 지분을 내놓으려 한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인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낸드플래시 부문의 경쟁력, 특히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신중한 행보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낸드 사업에 대한 지분 인수 제안서를 마감일인 지난 3일 제출했다"면서 "이 제안서는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것으로 최종 입찰 참여 여부는 미정"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입찰 참여는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SK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최선을 다해 경쟁에 임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인수전 경쟁상대와 비교할 때 인수자금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일본 측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관점으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의 2~4위 업체가 다양한 시나리오로 힘을 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상황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다만 WD의 도시바 인수전 유리 전망은 말 그대로 전망에 불과하고, 설사 WD가 도시바 지분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낸드플래시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도시바의 이번 매각은 일부 지분을 넘겨주는 선에서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수준으로 사업 자체의 매각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WD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도시바와 WD의 시장점유율 합계를 토대로 삼성전자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 역시 앞서나간 해석"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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