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고객 겨냥 고공행진했지만 2011년 이후 성장세 급감
2010년 강남 코엑스몰 등장 이후 몰링 시대 개막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930년 10월24일.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는 서울 충무로에 미츠코시 경성점이 문을 열었다. 면적 7335㎡에 지하1 층부터 지상 4층까지 규모로, 약국과 선물코너, 화장품 코너, 신사양복과 여성양장 등의 매장이 들어섰고, 4층에는 귀금속과 가구매장, 커피숍과 대형식당도 있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고 가득찬 조선 최초의 백화점이다.
국내 백화점은 일제강점기 중반에 처음 생겨난 이후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경제 성장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했다. 최고 전성기를 꼽히는 1990년 이후에도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성정세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불과했지만, 당시 백화점 매출은 11% 늘었을 정도다. 하지만 2012년부터 소비 위축과 규제 강화,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백화점의 성장세는 주춤해졌고 3% 미만의 성장율에 그쳤다. 백화점 제품은 대부분 사치품으로 여겨져 경기에 민감한 만큼 국가 경제성장세가 꺽이자 소비자들도 덩달아 지갑을 닫은 결과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 강남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몰링(Malling, 쇼핑몰에서 여가를 보내는 행위) 시대'가 열렸다. 이어 2007년 이후 대형 복합쇼핑몰 건축 붐이 일어나고 '몰링'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2009년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매머드급 복합몰이 개장하면서 몰링족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생활수준이 안정되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야외 나들이 대신 복합쇼핑몰로 향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각각 2만달러를 넘어선 1988년 이후 복합쇼핑몰은 전성기를 맞는다. 일본 롯폰기힐즈 등 도심에 호텔과 백화점 멀티플렉스, 대형서점 등이 결합한 '랜드마크'형 복합타운과 미국 그로브몰처럼 마을을 몰로 바꾼 야외형 쇼핑몰 등이 크게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도심형 복합쇼핑몰이 우후죽순 들어선 2007년 당시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다.
유통업계에선 성장둔화에 직면한 국내 백화점들이 복합쇼핑몰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경우 명품을 즐기는 프리미엄 고객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단위 고객들은 주말마다 여가를 즐길수 있는 장소를 찾는데, 백화점 매장이나 식당가로는 이들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 8일 문을 롯데몰 은평도 자녀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과 쇼핑 시설을 갖추고 있다. 롯데몰 은평은 영업기준의 약 26%를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조성했으며, 식음 공간 또한 20%를 차지해 매장 절반에 가까운 공간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매장으로 채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의 저성장은 이미 예고됐다"면서 "백화점의 경우 단순히 쇼핑만이 아닌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수 있는 여러 요소를 첨부하거나 쇼핑몰의 형태로 진화할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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