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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반도체 기술, 엔비디아 넘었다…정부 전폭적 지원도 절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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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장관과 함께 AI반도체 기업 탐방
가온칩스·리벨리온·하나마이크론 등 방문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 생태계 잘 갖춰야"

지난 17일 경기 성남 제2판교 내에 있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 이곳에 입주해 있는 아티크론(articron)의 정한울 대표가 현재 개발중인 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이용해 저화질 이미지를 고화질로 실시간 변환해주는 기술을 시연했다.


화질이 고르지 못했던 설경 사진이 AI반도체가 탑재된 PC 보드를 거치자 순식간 고화질의 선명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이를 지켜보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출입 기자들이 질문이 쏟아졌다. 202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초소형 저전력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시제품을 제작하는데 삼성전자가 많이 할인해줬다”며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서도 비용의 70% 정도를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아티크론 정한울 대표가 개발중인 초소형 AI 반도체를 이용해 이미지를 실시간 변환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아티크론 정한울 대표가 개발중인 초소형 AI 반도체를 이용해 이미지를 실시간 변환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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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 10여명은 안덕근 장관과 함께 제2 판교에 있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과 설계지원센터를 찾아 국내 AI 반도체 개발 상황과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방문한 국내 몇몇 AI반도체 기업들은 상당한 수준까지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였으나 여전히 애로를 호소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중국은 자국 칩 40% 써야 제품 출하하는데…"

제2판교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는 아티크론과 같은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대표적인 시설이다. 2020년 개관 후 지금까지 창업 초기 33개 팹리스를 지원했다. 이곳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에 사무실과 설계 프로그램, 계측 장비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1카피당 수천만~수억 원씩 하는 설계 자동화 툴(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33종 103카피도 확보했다.


팹리스 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제품 제작 지원도 이곳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10나노미터(nm) 공정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의 경우 최대 5억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확보한 예산은 연간 60억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유병두 팹리스지원실장은 “보통 8나노 공정으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는 200억원, 5나노는 300~400억원이 소요된다”며 “상용 테스트를 위해 3~4회 시제품을 제작해야 하는데 1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미세 공정으로 시제품을 제작하기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금액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유병두 팹리스지원실장이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유병두 팹리스지원실장이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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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지원센터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가온칩스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식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팹리스가 작성한 설계도를 파운드리 생산 공정에 적합하도록 변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팹리스 기업들이 직접 파운드리에 제품 생산을 의뢰했으나 3나노, 2나노 등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가온칩스와 같은 디자인하우스의 도움이 필요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AI 반도체가 부상하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0% 이상이다. AI 및 차량용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회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회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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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 상대인 대만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TSMC의 자회사이자 디자인하우스인 GUC의 연 매출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는 AI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국산 반도체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40% 이상을 써야만 완제품을 출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산 반도체를 많이 쓰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퀄컴 직원도 입사…반도체 아키텍트는 부족"

이어 방문한 리벨리온은 최근 16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AI반도체 기업이다. 2020년 설립 후 2년여 만에 2개의 AI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3년여 만에 누적 투자금 2800억원을 유치했다. 리벨리온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퀄컴 개발자 출신들도 리벨리온에 합류했다.


이날 리벨리온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기자들에게 자사 아톰(ATOM) NPU와 엔비디아의 A100 GPU를 비교 시연했다. 두 칩이 내장된 서버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해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초거대 언어모델(LLM)로 질문에 응답할 때 어느 정도 전력을 소모하는지 비교했다.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7일 방문한 기자들에게 자사 아톰 NPU와 엔비디아 A100 GPU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7일 방문한 기자들에게 자사 아톰 NPU와 엔비디아 A100 GPU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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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이미지 생성 시 아톰 NPU는 최고 92와트(W)의 전력을 소모한 반면 A100은 326W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를 생성할 때의 전력 소비는 각각 74W와 281W였다. 오 CTO는 “최신 GPU 기술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4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의 NPU는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GPU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30%가량 저렴하게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리벨리온은 초거대 AI를 타깃으로 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을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는 이 반도체는 AI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3E를 탑재한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2024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미국 모건스탠리 임원이었던 박성현 최고경영자(CEO)와 IBM 개발자였던 오 CTO가 함께 설립했다. 오 CTO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로 우수한 인력과 펀딩의 용이성, 정부의 지원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는 좋은 기업에서 훈련받은 인재들이 많고 창업 초기 3년 정도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후발 주자가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온 역시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 입주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다만, 오 CTO는 “한국에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인력들은 많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짜는 아키텍트 인력은 해외에 비해 부족하다”며 “많은 운용 경험을 쌓아야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TSMC 중심 자유롭게 협업…우린 제품 구하기도 힘들어"

이어 오후에 방문한 충남 아산 음봉의 하나마이크론 본사. 하나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웨이퍼 형태의 반도체를 받아 얇게 깎고 절단한 뒤 기판에 붙여 몰딩하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다.


하나마이크론은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N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기술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1위에 머물러 있다. 1위는 대만의 ASE, 2위는 미국의 앰코다. 세계 10위중 대만 기업이 6곳에 달한다.


다이본딩 등 핵심 후공정 장비는 아직도 일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의 박진호 패키지기술팀장(상무)은 “장비 국산화는 30~40% 정도”라며 “국내 장비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어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 등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후공정 기업들과 자유롭게 협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AI용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데 제품을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앞으로 공급망관리(SCM)가 잘 갖추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아산=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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