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9.2%…구직난 심해지자 불안한 마음 노린 사이비종교 성행
-길 묻는 척 다가와 "얼굴에 우환 있다"며 제사 지낼 것 요구하기도
-관광객인 척 하기, 사주풀이, 심리테스트 등 접근방식 날로 다양해져
-"불확실성시대에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건 당연…긍정적 피드백 필요해"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평소 종교를 잘 믿지 않았는데 제가 넘어갈 줄은 몰랐네요. 절박한 마음 때문에 정신이 잠깐 나갔던 것 같아요."
하반기 공채시즌과 각종 공무원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서 절박한 취업준비생들을 노린 사이비종교가 성행하고 있다. 사이비종교는 겉으로 종교를 위장하지만 종교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비(非) 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를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대학가나 고시촌 등을 전전하며 학생들을 상대로 포교활동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청년실업률이 9.2%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각한 상태다. 연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13년 8.0%였던 청년실업률은 올해(1~7월) 10.6%까지 올랐다. 특히 27일 열린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 3만354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22대 1까지 오르는 등 청년층의 삶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취준생 김영빈(27)씨는 "한 달에 2~3번 정도 사이비종교인들을 만날 때가 있다"며 "계속 탈락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을 노리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청년들이 이와 같이 피해를 당해도 돈을 돌려받거나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 활동하는 지 알 수 없어 예방이 힘들고 피해자가 건넨 돈에 사주풀이나 관상 등 대가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비종교의 접근 방식이 관광객인 척 하기, 관상, 사주풀이, 심리테스트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문제점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청년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떤 결과를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종교라는 것이 원래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신의 힘을 빌려서 위로를 받고자하는 것"이라며 "취업은 노력을 해도 그 결과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년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조그만 일이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예컨대 '공부를 한 달동안 했다니 다만 토익 점수가 10점이라도 올랐다'는 식으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청년들이 사이비종교에 피해 받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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