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그러나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활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 국민 노후보장 기금인 국민연금의 기본 전제와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무책임한 주장이다.
주거, 보육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보육시설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는 사실이다. 특히 저소득 무주택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특성상 분양가나 임대료 인상이 어렵고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이미 LH공사나 SH공사 등 임대주택사업 적자규모 가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러한 연기금 활용이 가져올 결과는 명백하다.
국민연금의 안정성은 '기금운용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연금지급의 안정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투자는 연기금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공공투자의 성격상 다른 투자처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부동산 투자의 특성상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비해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연금 지급을 위한 환매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결국 국민의 연금 수급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출산율을 높여 경제 전반에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도입 취지는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연기금을 출산율 제고,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연금제도 본연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사업은 정부가 목적에 맞게 조성한 일반 예산이나 별도 기금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로 젊은 세대의 연금 불신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입맛대로 연기금이 전용된다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맞는 기금운용이 중요하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연금'이라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신뢰는 기금운용의 기본원칙에 충실할 때 견고해진다. 국민연금이 정도(正道)를 걷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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