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듀오, 비디오 시대를 정복하다
「Make it Big(메이크 잇 빅)」의 첫 곡인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고(Wake me up before you go-go)’는 왬!의 매력이 극대화된 대표곡이다. 조지 마이클은 앤드류 리즐리가 남긴 메모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작곡했다. 스포츠카처럼 시원하게 귓속을 달리는 멜로디, 사랑의 메시지와 간단한 안무를 지닌 이 곡은 꾸준히 리메이크되며 사랑을 받았다. “Choose Life”라 적힌 티셔츠와 핫팬츠를 입고 각선미를 뽐내며 마이크도 없이 뻔뻔하게 립싱크로 이 곡을 공연했던 조지 마이클의 모습은 80년대의 방송문화를 대표한다.
많은 히트곡과 시행착오를 담은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크게 성공(make it big)’했다. 미국에서만 500만장이 팔렸고 이 성공을 통해 왬!은 냉전 시대 중국에서 공연한 최초의 서방 뮤지션이 되었다. 하지만 왬!이 정말 팀으로서의 성공한 것이냐는 질문은 남는다. 듀오의 역할분담이 극도로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조지 마이클이 앨범의 프로듀싱과 작사와 작곡과 보컬까지 도맡은데 비해 앤드류 리즐리는 앨범 중 한 곡의 공동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고작이다. 음악으로는 세션 수준의 역할밖에 없으며, 무대에서 역시 마이클의 백댄서로 보일 정도로 비중이 적다. 이렇게 보면 왬!은 조지 마이클이란 거대 뮤지션의 출발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왬!은 팀으로서 성공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음악적 기여는 적었지만, 리즐리는 매 앨범마다 의상과 앨범 컨셉 등에서 기획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음악적 역량 외에도 많은 것이 필요했던 1980년대라는 비디오 시대의 스타였다. 훤칠한 외모에 멋지게 차려입고 흥겹게 흔드는 두 청년은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고 이런 점에서 리즐리의 역할이 왬!의 성공에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물론 처음부터 혼자였더라도 미남에다 음악적으로 워낙 뛰어난 조지 마이클은 어떻게든 성공했을 것 같지만 말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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