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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기술 유출' 분쟁은 처음…'법의 심판대'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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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전선 기술 분쟁은 특허권·손해배상 초점
유출은 집계되지 않아…재판 가면 첫 판결 될듯
전선은 반도체·조선 비해 유출 없다는 인식
최근 경쟁 심해지며 유출 사례 더 늘듯

수사당국이 LS전선의 고전압해저케이블(HVDC) 공장 설계 기술이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전선 '기술 유출' 분쟁은 처음…'법의 심판대'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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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전선 기술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분쟁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들이 집계한 분쟁 현황에서 전선과 관련된 내용은 '전자·전기'로 묶여 있어 전선 분쟁만 따로 파악하기 어렵다. 주요 사건들을 따로 모아놓은 자료들에서도 전선 업계에서 발생한 사건은 없다. 대법원 판례검색시스템에서도 전선과 관련된 법적 분쟁은 특허권 침해나 손해배상에 따른 구상권 청구 소송 등이 전부일 뿐, 기술이 유출된 사건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의 기소, 법원의 재판까지 이어져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판까지 갈 경우, 전선 기술 유출에 대해서 사실상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유사한 공법을 사용해온 전선 기업들로 하여금 어떤 경우 기술 유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그간 현장에서 전선은 반도체, 조선 등에 비해 '기술 유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기업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전력이 흐르는 케이블을 설치하는 방식이 모두 유사해 기술 유출과 관련된 이슈가 오랫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같은 공법을 오랜 기간 사용하고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최근 10년 넘게 기업들이 가교폴리에틸렌(XLPE)이란 절연 소재를 활용해 만든 초고압 케이블을 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받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선은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으로 전력 소모가 큰 신기술들이 등장하고 선진국들의 전력 인프라도 노후화되는 등 수혜를 입을 만한 여건들이 잇달아 조성되면서 일거리가 크게 늘었다. 일거리를 갖고 가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도 격화됐다. 경쟁의 불씨는 자연스럽게 기술 분야에도 옮겨붙었다. 기업들은 그간 하지 않았던 기술 홍보에도 힘쓰기 시작했다. 기술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는 일도 늘었다고 한다.

기술 경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출 가능성도 국내외 모두에 있다. 해외로의 유출의 경우에는 아직 대표적인 사례가 없지만, 앞으로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LS전선과 대한전선에서 보유한 500㎸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유출 통로를 원천 봉쇄해놓은 상태다. 당시 대한전선이 중국 등 해외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한전선이 가진 초고압 전력케이블 기술이 전선 시장의 후발주자인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잘 막아냈다.


이번에 경찰이 수사에 나선 LS전선의 기술 유출 건은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국내 기업 간 기술 경쟁에 따른 유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S전선의 기술은 HVDC 공장의 건축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무소에서 비롯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한 A건축사사무소는 2008~2022년 LS전선의 HVDC 공장의 건축 설계를 담당해오다 경쟁사의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 건축사사무소가 LS전선 공장의 건축을 설계할 때 확보한 해저 케이블 관련 기술들을 경쟁사의 공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5월 이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거쳐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사사무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저 케이블은 통신,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 바다 아래로 놓는 케이블이다. 이를 높은 전압으로 만든 것이 HVDC다. 전압이 높을수록 전달할 수 있는 전력량은 많아진다. 해저 케이블은 최근 해상풍력발전의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상 풍력, 조류 발전을 통해 확보한 청정에너지를 육지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 기업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북미 고전압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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