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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를 가다]"빅3의 붕괴, 노조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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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몰락 이후 임금 깎는 뼈아픈 구조조정
3년 만에 '자동차 도시' 부활


[디트로이트(미국)=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메트로폴리탄 웨인 카운티 공항.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공항에서 디트로이트 시내까지 30분 정도 달리면서 차창에 비친 거리 모습도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허물어진 건물과 폐가들은 흉물스러웠다. 하지만 도심에 들어갈수록 생기가 느껴졌다. GM 본사가 자리한 르네상스 센터와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는 코보 센터 주변은 각종 현수막과 광고판으로 활기가 넘쳤다. '자동차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지시간 1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디트로이트시의 부활을 알리는 팡파르였다.
▲디트로이트 전경

▲디트로이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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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포드, 파이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빅3'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후에 피아트에 피인수)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시 재정이 악화되면서 2013년 180억 달러의 미국 지자체 최대 규모로 파산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은 17.5%까지 치솟았고 범죄율도 급증했다. 회복 불가능할 것 같았던 디트로이트는 그러나 2010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5%대로 떨어졌고 인구 유입도 늘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9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앞서 2014년에는 공식적으로 파산에서 벗어났다.

이같은 극적인 회생은 자동차 노사의 대타협이 있었다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자동차 생산직이라고 밝힌 데이비스 버로우씨는 "미국 빅3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당시 노조들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말했다. 미국 최대 강성노조인 미국자동차 노조(UAW)와 미국 자동차 빅3는 2009년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자 이중임금제 시행에 합의했다. 이중임금제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 뽑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기존 노동자와 신규 노동자 임금 격차가 최대 2배 가량 발생하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2007년 UAW 가입원의 평균 시급은 76달러 정도였다. 이는 경쟁업체인 도요타의 근로자 시급보다 20달러 정도 많았다. 이중임금제는 2011~2015년까지 유지됐고 평균 시급은 50달러대로 낮아졌다. 빅3 상황도 점차 나아졌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2009년 파산 위기를 넘긴 이래 1만명이 넘는 직원을 추가 고용했다. 최근 UAW와 빅3는 임금협상을 통해 시간당 임금을 2019년까지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2015년∼2019년 5년간 인상률은 연평균 0.5% 안팎에 불과하다. 캠퍼스 마르티우스 공원에서 만난 40대 가장 바비 잭슨씨는 "실업자가 된지 2년 만인 지난해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업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했다"며 "자동차 기업들이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되살아나면서 고용 상태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자동차 노조의 결단이 '죽어가는 도시'를 '부활하는 도시'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디트로이트에서 문득 현대차 울산공장이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해왔다. 새 집행부는 정치ㆍ불법파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25년간의 파업으로 생산차질만 130만대에 이르고 손실액도 15조원에 육박한다. 노조파업으로 현대차는 물론 울산지역 경제도 상처를 입었다. 데이비스 버로우씨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현대차 국내공장의 임금 수준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디트로이트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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