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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인도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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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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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러기'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다. 몽골에서 살다가 겨울에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8000km를 날아간다. 보통 새들은 해발 5000미터만 넘어도 산소가 부족해 날지 못하는데 이 인도기러기는 7000~8000미터의 고봉도 넘어 간다. 산소가 부족하면 바람을 이용할 수 없어 오롯이 날개 근육의 힘으로만 날아야 한다. 게다가 산소가 부족하니 숨 쉬기도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인도기러기는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렇게 높이 날 수 있을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험준한 지형을 따라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행으로 넘는다고 한다. 높은 산을 만나면 심박 수를 높이고 날갯짓도 빨리해 단박에 정상까지 올라가고, 그 뒤엔 계곡 풍에 의지해 힘을 아끼는 전략으로 장거리 고공비행을 한단다.
이 분석은 최근 서양의 과학자들이 인도기러기 목에 카메라를 부착해 관찰한 것이고, 리더십 전문가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인도기러기도 다른 철새들처럼 '역V'자 형의 편대비행을 한다. 앞 철새의 힘(양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서다.

그러다 체력이 떨어진 새가 낙오를 할라치면 건강한 다른 새 두 마리가 낙오하는 새를 도와 무리에 합류시킨다고 한다. 이럴 경우 전체 인도기러기떼의 비행속도가 떨어지지만 이런 '팀워크'가 있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여정을 마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일 못하는 직원 때문에 고민이라고 하기에 이 인도기러기 얘기를 들려줬었다. 돌아온 답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좀 그만 하라"는 것이었다. 불과 십 수 명으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한 명 낙오한다고 두 명을 내려 보내 그 낙오 사원을 돌보게 하면 일은 누가 하냐는 얘기였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그럼 왜 계속 데리고 있냐고 물었다. 답은 예상대로 "중소기업에 누가 들어오려고 하냐. 능력은 둘째고, 일을 하려는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이었다. "인도기러기도 그래서 낙오하는 녀석을 위해 두 마리나 내려 보낸 게 아닐까? 그 먼 여정을 하는 동안 기운 센 녀석들이 무리에 끊임없이 들어오는 구조였다면 낙오된 녀석들을 그렇게까지 돌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

나름 명쾌한 분석을 했다고 속으로 뿌듯해 하는데 친구의 표정은 여전히 떨떠름했다. "세상이 그렇게 이상적으로 되면 얼마나 좋겠냐"며 인도기러기 얘기를 접어버렸다. 대단한 퍼포먼스를 내는 집단은 벤치마킹하기도 힘든가 보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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