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던 중 한나라 출신의 정국이란 사람이 대규모 관개용 운하를 건설했는데 속셈이 대규모 토목공사로 진나라 재정을 파탄내기 위해서란 게 밝혀졌다. 운하 건설은 결과적으로 진나라를 더욱 풍요롭게 했지만 타국 출신을 배척하는 본토 출신들에게 좋은 빌미가 됐다. 타국 출신은 간첩일 수 있으니 나라밖으로 쫓아내라고 왕(훗날 진시황)을 부추겼다.
송년 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가 얼마 전 페친(페이스북 친구) 절반을 차단했다고 얘기했다. 생각(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돼 있다 보니 쓸데없이 논쟁만 길어지며 감정만 상하는데 굳이 친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단다. 본인이 쓰는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글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 굳이 뜻이 다른 사람과 엮여서 서로 감정 상할 필요는 없지"라고 답해줬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듣고 축객령을 취소했고, 결국 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거창하게 정치나 사업을 하지 않는 소시민이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여유 정도는 있어야 세상이 덜 각박하지 않을까.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