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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소송'도 패소? 영화보다 더 냉정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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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소송 지난해 상고심 원고 승소율 0%…공무원 고의·과실 불법 피해 입증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화 '소수의견'의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 역)은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은 박재호(이경영 역)의 변론을 맡았다.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금액은 단돈 100원. 하지만 소송 결과는 패소였다.

국가배상 소송의 '높은 벽'은 단지 영화만의 얘기로 보기는 어렵다. 진실을 알리려고 상징적인 금액(100원 등)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승소는 쉽지 않다.
6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해 처리한 407건의 국가배상사건 중 원고승소 건수는 전무했다. 원고 일부승소 건수도 0건이었다. 패소는 10건, 기타가 397건으로 나타났다. 기타는 소장 각하, 소취하, 화해, 포기 등을 포함한 수치다.

영화 '소수의견' 스틸

영화 '소수의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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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법원이 처리한 1016건 중 원고 승소는 150건으로 14.8%로 조사됐다. '원고 일부 승소'를 포함해도 37.1% 수준이다.

2심은 649건 중 원고 승소가 10건으로 1.5%, 119건의 '원고 일부 승소'를 합쳐도 19.9% 수준으로 낮아진다. 법원의 심급이 올라갈수록 국가배상 승소 확률은 떨어지는 셈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때는 배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이들은 공무원의 부당한 법집행에 따라 큰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연루됐다가 24년 만에 무죄를 확정 받은 강기훈씨가 최근 국가와 당시 검사 등을 대상으로 31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변호인단은 "지난 24년간 강씨와 가족이 당한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강씨 사례처럼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부당한 피해를 받은 게 인정되더라도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피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2심 법원이 국가배상을 인정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까지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긴급조치 9호'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국가배상 판결에 대한 외부의 시선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고려가 개입되지 않은 법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명백히 잘못한 행위는 대부분 국가배상을 해주고 있다. 다만 원고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할 경우 '상고 기각'이 되기도 한다"면서 "법원이 국가재정을 고려해 판결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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