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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친환경·美 금리, '원자재 공황' 불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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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 글렌코어의 주가는 지난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주중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28일 29.4% 폭락한 뒤 이후 가파르게 반등해 주간 낙폭을 2.3%로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주가 폭락의 단초는 영국 자산운용사 인베스텍이 제공했다. 인베스텍은 원자재 하락이 계속되면 글렌코어의 자산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렌코어는 문제없다고 항변했고 주가는 반등했다. 인베스텍은 지난 2일 다시 보고서를 냈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두고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주가가 안정을 찾았지만 글렌코어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원자재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두고보자는 인베스텍의 경고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2개 원자재 가격 추이를 반영한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1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22개 원자재 중 18개 원자재 가격이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18개 원자재 약세장 진입은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원자재 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이유는 G2 때문이다. 원자재 최대 소비국 중국의 경기 둔화는 원자재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논란을 촉발, 달러 강세를 유발하며 원자재 가격을 더욱 짓눌렀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자재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

시티그룹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3차 5개년 계획이 발표될 이달 중순 중국의 18기 5중전회는 원자재 시장을 더욱 짓누를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취임 후 계속 환경 문제를 강조했고 자신의 첫 번째 5개년 계획에서 이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티는 만약 중국이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략 생산 목표를 연간 50기가와트(GW)로 잡는다면 2020년까지 세계 석탄 수요가 연간 3억t 이상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이 내년에는 탄소 거래제를 시작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에너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친환경 정책은 원자재 시장의 장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시티의 진단이다.

원자재 시장은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모습이다. 한계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 하고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원유·가스업계 인수합병(M&A) 규모는 323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줄고 있는 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M&A는 도박일 수 밖에 없다. 보유 현금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M&A를 추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시점이다.

글렌코어 역시 이미 세계 1위 원자재 거래업체였던 2013년 무려 290억달러에 영국 대형 광산업체 엑스트라타를 인수한지 불과 2년여만에 위기에 빠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휴스턴 대학의 크레이그 피롱 교수는 글렌코어가 시스템적 리스크를 낳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글렌코어가 세계 1위 원자재 거래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실물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은 통화전쟁의 또 다른 단초가 될 수 있다.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 가치가 된서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이고, 노르웨이 크로네화도 13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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