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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폭스바겐이 보낸 거짓말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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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국제부장

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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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국어사전은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거짓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한다. 가짜, 사기, 눈속임, 조작 등은 거짓을 포함한 단어이다.
상대방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서 하는 거짓말도 있고 역으로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짓말도 있다.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거짓말, 허세를 부리기 위한 거짓말 등 실로 다양한 거짓말이 있다.

옳지 못함을 뜻하는 부정(不正)도 맥락은 거짓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부정은 사회통념과 약속, 법을 위반하는 것이지만 거짓말은 어느 정도까지는 용서받을 수 있는 완충지대가 있다.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일본 작가 시부아 쇼조는 자신의 저서 '거짓말의 심리학'에서 죄가 없는 거짓말과 악질적인 거짓말을 분류했다.
예를 들어 보자. 처녀가 "저 시집 안 가요"라고 말했다. 이게 과연 거짓말일까. 물건값을 흥정하면서 상인이 "이거 밑지고 팝니다"라고 말해도 손님은 이를 믿지 않으면서 물건을 산다. 골프장에서 티샷 후 동반자가 "이야, 250야드는 나갔겠어"라고 말해주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 좋은 법이다.

거짓과 가짜는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마법사는 좀 더 확실한 눈속임으로 관객을 놀래려 노력한다. 마술쇼 관객들은 눈앞에서 사람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모습을 보고도 진짜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을 보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지불한다.

영화는 1초에 24장의 필름을 눈앞에 지나가게 해 정지해 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변화시킨다. 눈을 속이는 착시 현상은 인류에게 영화, TV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억소리 나게 비싼 그림을 소유하지는 못해도 몇 만원짜리 복제판을 거실에 걸고 만족하는 미술 애호가도 많다.

한류스타의 홀로그램 영상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마치 눈앞에 서 있는 듯 하지만 허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저렴한 영상매직은 10만원 넘는 공연 티켓 값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이나 공연을 보기 어려운 외국인 관광객에는 매력적이다. 관객들은 금세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마치 싸이가 옆에 있는 듯.

문제는 거짓과 거짓말의 의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고의로 속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이다. 게다가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송곳은 아무리 감춰도 튀어나온다.

거짓말은 하다 보면 커진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눈덩이처럼 부풀려 진다. 병적인 거짓말을 하거나 히스테리ㆍ병적인 기억에 의하여 제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화증(作話症)은 화자를 파멸로 몰고 간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거짓과 눈속임이 딱 이런 꼴이다.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테르코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등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클린 디젤'이라는 희대의 거짓말을 만들어 냈다. 폭스바겐은 차량 소프트웨어(SW)를 조작해 환경당국과 고객을 속였다. 그 결과 자신은 사내 권력 투쟁에서 승리해 사내 1인자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거짓말의 힘이었다.

그는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사임하면서도 자신은 몰랐다고 발뺌했다. 말하지 아니 한만 못한 발언이다. 오히려 일을 키웠다.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말은 오히려 자신과 폭스바겐뿐 아니라 독일, 나아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을 잠재적인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모두가 그랬다'(Everyone does it)라는 통념에 시달릴 위기다.

폭스바겐 사태는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더 늦기 전에 솔직해지자.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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