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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편향성 논란과 잭 니클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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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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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잭 니클라우스는 전형적인 페이드 샷을 구사하는 선수였다. 페이드는 공의 궤적이 직진으로 향하다가 살짝 우측으로 휘어서 굴림을 방지하는 샷을 말한다. 니클라우스의 우편향성 구질은 그의 손을 탄 골프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설계한 골프 코스들은 오른쪽으로 휜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니클라우스는 스스로 그 점을 인정했다. 코스 설계가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 관계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니클라우스의 페이드 구질은 체형, 스윙 궤도, 연습 방법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만약 어느 스윙 코치가 주말 골퍼들에게 위대한 결과물을 낸 니클라우스의 스윙만을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미쳤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일 것이다.
최근 포털의 편향성 논란이 다시 지펴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네이버와 다음의 편향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야당에 비해 여당이나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의 노출 빈도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싱크 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다. '최고 권위자의 분석'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였다. 그러나 근거가 된 자료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는 너무 허점이 많아 오류투성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여당과 정부를 하나의 몸통으로 인식해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까지 싸잡아 여권에 부정적인 기사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는 일개 정당인 야당 관련기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무시한 채 통계에 활용했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스러울 정도다.

여당이 지나가던 소도 비웃을 만한 보고서를 객관적인 사실로 둔갑시켜 포털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하는 이유는 짐작이 가능하다.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래서 여당은 '편향성' 비즈니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편향성 공격은 열성적 지지자와 중도적 지지자들을 단단히 묶기 위한 방편이다. 정권에 비우호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편향성, 편파성의 굴레를 씌워 대립각을 세워야만 의도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문제는 여권의 편향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공중파는 이미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들이다. 일부 종편들의 편파 방송은 너무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되지만 여권은 애써 모르는 척 한다. '나'에 대한 편향성은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권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되레 편향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편향성 장사에 나선 탓이다.

필자는 뉴스 이용자의 80%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언론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크지만 대한민국만의 기형적인 뉴스 소비 형태이다. 정보 유통을 독점해 온라인 골목상권을 잡아먹는 형태도 마뜩지 않다.그렇다고 해서 포털들이 편향적인 뉴스 편집을 해 여론까지 좌지우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뉴스 제공자인 언론에서 먼저 들고 일어났을 문제다.

그래서다.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털에 대한 편향성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지우기가 어렵다. 다음카카오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곱게 보이지 않는 점도 그런 이유다.

모든 골퍼들에게 니클라우스 스윙을 획일적으로 접목시키려 한다면 누구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여당이 자신들에게 편향된 획일적 여론 통제를 의도한다면 국민들 역시 수용할 수 있을까. 귀띔해도 듣지는 않겠지만 한마디는 해야겠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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