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장교가 중국 정보기관 요원에게 우리 해군의 전투함정 방어능력 향상계획 등 군사기밀을 무더기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군 관계자는 "군 검찰은 중국 정보기관 요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된 기무사 소속 해군 S소령이 주변국 동향 관련사항 등 문건 27건을 확보한뒤 원본파일은 삭제하고 손으로 필사한 뒤 사진으로 재차 촬영해 메모리카드에 저장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기밀자료를 건네받은 인물이 북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수사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11일 체포해 1개월가량 수사를 해온 군 검찰이 핵심적인 단서마저 캐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그는 기밀자료를 외장메모리(SD) 카드에 담아서 다른 미확인 인물과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접선해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서울에서 군사비밀 3급 자료를 참고해서 손으로 작성한 다음 사진으로 찍어 SD 카드에 담아 신원 미확인 사람에게 전달했다"면서 "2013년 6월 말 외국에 있을 때 군사자료 9건을 저장한 카드를 전달했고, 작년 10월에도대전에서 17건의 자료를 담은 카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넘긴 S 소령의 행위를 볼 때 단순히 군사기밀 유출 혐의만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료를 받은 인물이 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3급 기밀자료가 갔기 때문에 우선은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했다"면서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안 및 방첩을 주임무로 하는 기무사 소속 장교의 구속 사건을 설명하는 기무사와 국방부, 국방부 검찰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에는 기무사와 군 검찰단 관계자들은 한 명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를 설명했지만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무사 장교의 기밀유출 사건을 군이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조현천(육군중장)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4월 기무사 요원 2명이 무기중개업체에 2급 군사기밀 등을 유출하는 등 보안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이날 대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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