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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大國은 大國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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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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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는 타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요즘 이 정책이 재고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50년 넘도록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타국의 주권을 존중해왔다지만 이는 해외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할 수 있는 수단이나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10여년 전 30억달러가 채 안 됐던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규모는 2013년 1080억달러(약 120조841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게 뻔하다.

미국 워싱턴 주재 덴마크 대사관의 외교관으로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요나스 파렐로 플레스너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베이징(北京) 주재 수석 연구원 마티외 뒤샤텔은 지난달 발간한 공저 '중국의 강한 힘: 해외 거주민과 자산 보호(China's Strong Arm: Protecting Citizens and Assets Abroad)'에서 중국 관료들과 인터뷰해본 결과 해외 주재 중국인 근로자가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상무부가 공식 발표한 인력의 5배 정도다. 이들 공저자는 2004~2014년 해외에서 목숨을 잃은 중국인 근로자가 약 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2002년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면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던 중국이 2012년 제18차 공산당대회에서 해외 주재 자국민 보호를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 2013년 국방백서에는 해외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것도 인민해방군의 역할 중 하나로 명시됐다.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구상 아래 중국과 중앙아시아ㆍ인도양ㆍ중동ㆍ유럽까지 하나로 잇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남수단ㆍ예멘ㆍ파키스탄 같은 민감한 지역의 파이프라인ㆍ도로ㆍ댐 건설현장에 자국민을 대거 파견했다. 이들을 보호하거나 유사시 구출하려면 중국 병력이 국경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급기야 예멘에서 내전이 치열해지자 중국은 지난 4월 예멘 해역으로 자국 군함들을 파견해 자국민 629명과 외국인 279명도 구출했다. 인민해방군이 다른 나라 국민의 소개를 도운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남수단에서 내전이 발발한 뒤인 지난해 5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수단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진출해 있다. 중국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자국 병력 700명을 남수단에 파병했다.

지난 4월 400억달러의 중국 실크로드 인프라 기금 가운데 16억5000만달러가 파키스탄 북부 젤룸강(江) 카로트댐 건설에 사용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파키스탄에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파키스탄은 프로젝트 발표 전 1만명의 보안병력을 중국과 함께 훈련시키기로 합의했을 정도다.

보안병력은 중국에서 아라비아해(海) 연안 심해항인 과다르까지 이어지는 450억달러 규모의 '경제회랑' 건설에 나서는 중국인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해외 대(大)투자국인 중국으로서는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재고하고 군사력까지 키울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중국이 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실크로드 같은 새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해외에서 자국민과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줄곧 비난해온 열강 제국주의의 행태를 인근 국가 등 해외에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스스로 대국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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