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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100원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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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전용 자판기·담뱃값도 500원 단위 영향

홀대받는 100원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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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엔 91억4100만개…환수율은 23%, 나머진 지갑 아닌 서랍·옷장으로 숨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 회사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김지환(35)씨는 얼마 전 식권을 사러갔다가 낭패를 봤다. 집에서 뒹구는 100원짜리 동전을 기껏 챙겨갔더니 그새 자판기가 지폐 전용으로 바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식권을 샀지만 주머니 속에서 쨍그랑거리는 동전 소리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자판기 커피도 이제 500원짜리만 넣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이제 아예 동전을 안 받는다니…. 이러니 집에 동전이 넘친다"고 그는 토로했다.

#2. 서울 강남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조영복(59)씨는 출근할 때마다 100원짜리 동전 40개를 준비했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열에 아홉은 카드결제 손님이어서다. 어제는 1만4700원 택시요금이 나왔는데 2만원을 내는 손님에게 밑지고 6000원을 거슬러줬다. 거스름돈이 없어서 700원을 손해본 것이다. 조씨는 "거스름돈이 없어서 요금을 덜 받기도 하는데 (카드 사용자들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100원짜리 동전이 홀대받고 있다. 카드결제 대중화로 동전의 쓰임새가 줄어든 탓이다. 자판기에서도 동전 구멍이 사라지고 있고 담뱃값도 500원 단위로 결정된다. 결제 수단의 역할이 위축되면서 환수율도 크게 떨어졌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시중에 풀린 100원짜리 동전은 91억4100만개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다. 8개 화폐단위(5만원권, 1만원권, 1000원권, 5000원권, 500원, 100원, 50원 10원) 중에서도 단연 선두다. 국민 1인당(5000만명 기준) 100원짜리를 183개나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은은 100원짜리를 357억1200만원어치 발행했으나 환수액은 82억2800만원어치에 그쳤다. 환수율이 23%에 불과하다. 100원 동전 100개를 풀었는데 20개 정도만 돌아오고 나머지 80개는 책상 서랍이나 옷장에서 뒹군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00원짜리 동전의 사용이 줄어드는 배경으로 카드결제 보편화와 함께 물건값 끝자리를 꼽는다. 대표적인 것이 담뱃값이다. 1997년 1100원, 2001년 1300원이었지만 2000년 1500원, 2003년 2000원, 2005년 2500원, 2015년 4500원 등 끝자리가 500원으로 결정되고 있다. 흡연자 정지영(43세)씨는 "담뱃값 끝자리가 100원, 300원 할 때는 주머니 속 잔돈에 따라 구매하는 담배가 달라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끝자리가 500원이어서 100원짜리 동전을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500원 끝자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카드결제와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매년 5월 '범국민동전교환운동'을 통해 100원짜리 동전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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