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초기에는 전세 자금을 풀어서 전세난을 방어했다면, 지금은 기금을 풀어서 대출을 해주고 전세 수요자를 매입으로 유도하고 있다. 전세가의 고공행진은 정부의 매매 유도 정책과 맞물려 전세 세입자가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택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면 매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매매 가격이 거의 변동이 없거나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고 매매 거래량만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작년 연간 주택 거래량을 보면 100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률은 2%대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제도가 월세 제도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월세 제도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주요 주택정책 중 하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월세 시대에 대비하여 정부에서는 월세 중심 임대제도로의 이동에 무게를 두고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나 월세 세액공제 등 월세 위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었다. 이 중에 하나가 작년 2월7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관리업이다.
주택임대관리업은 집주인을 대신해 전월세 임차인(세입자)과 임대주택을 유지ㆍ관리하고 임대료를 받는 역할을 하는 업종이다. 그런데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월세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업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규모로 시작되었다. 낮은 수수료와 대기업의 관망이라는 약점이 작용했다.
문제는 월세 수준이 여전히 낮은 데다 기업들은 높은 수익을 원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다. 더구나 도심 접근성이 용이하고 임대가 원활한 사업지 선정이 싶지 않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활성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나 주택임대관리업이 여전히 활성화되기엔 어려운 여건인 셈이다. 이 말은 전세시장 안정과 월세 연착륙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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