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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캠핑장 통계, 서류 작업만 한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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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현장조사없이 온라인 검색해 만들었다"....강화도 캠핑장 화재 후 뒤늦게 전수 조사 발표 '소잃고외양간 고치기' 지적...문체부 "올해 1월부터 전담 관리" 해명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강화도 펜션 캠핑장 화재 현장

▲ 강화도 펜션 캠핑장 화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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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로 전국에 산재한 캠핑장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여당도 24일 전수 조사 방침을 정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현재 갖고 있다는 전국 캠핑장 통계가 현장조사 없이 온라인 검색 등 서류 작업만 거친 엉터리로 확인되는 등 정확한 개수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로 밝혀졌다. 또 서울시가 공공캠핑장을 미등록 상태로 운영하는 바람에 국가안전진단에서 제외되도록 방치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4일 국회 윤관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현재까지 전국에 소재한 캠핑장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전국에 소재한 캠핑장이 1800여개라고 보고한 바 있긴 하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2013년 말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집계된 숫자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조사 주체로 알려진 관광공사는 현재 운영 중인 캠핑안내전문사이트(www.gocamping.or.kr)에서 전국 캠핑장 숫자를 이보다 200여개 이상 적은 1659개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이마저도 현지조사 없이 포털 검색·지자체 자료 등의 서류 작업만 거친 엉터리 통계였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캠핑 안내 사이트를 만들면서 네이버 등 포털을 검색하고 지자체의 통계를 참고해 캠핑장 개수를 파악했을 뿐 현장 조사를 나간 적은 없다"며 "5월 이후 등록이 의무화되면 각 지자체들에 의해 전국 캠핑장 숫자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핑 전문가와 관련업계는 이 같은 통계치를 현실에 맞게 바꿀 방법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민간 최대 캠핑 안내사이트 중 하나인 '캠핑존'(www.campingzone.co.kr)을 보면, 이날 현재 사설 캠핑장 1516개를 비롯해 총 2116개의 캠핑장이 등록돼 있다. C캠핑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생존이 걸려 있는 영업상 필요 때문에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캠핑장들이 실제로 영업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캠핑장 숫자가 1650개라는 정부의 통계는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00여개 캠핑장의 예약을 대행해준다는 D캠핑사이트 관계자도 "계절별로 영업 여부가 달라지고 개인 사정에 의해 문 닫는 곳들도 수두룩해 수시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관광공사 사이트에 나온 캠핑장을 예약하려고 전화해보면 문을 닫았거나 아예 등록이 안 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캠핑장 숫자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여태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부터 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형태의 캠핑이 국민들의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정부는 그동안 캠핑장을 공공 운영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지자체·여성가족부·문체부 등이 각각 국립공원법·산림법·청소년법·관광진흥법 등 별도의 법률에 의해 따로 관리했다. 사설 캠핑장은 관련 법규 미비로 아예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 이로 인해 정부 차원의 캠핑장 실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캠핑장도 취약 시설로 거론된 후에야 법이 개정돼 올해 1월 말부터 문체부로 캠핑장 관리 주체가 일원화된 상태다. 사설 캠핑장에 대한 등록 의무화 조항도 마련됐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제안해 캠핑장 실태 조사 예산이 세워지기도 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삭감돼 올해에도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캠핑장 실태 조사 계획은 없다.

지자체들도 캠핑장 관리에 무관심하긴 마찬가지다. 23일 부랴부랴 운영 중인 공공 캠핑장 5곳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한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시는 현재 운영 중인 캠핑장 5곳을 문체부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사업장'으로 관리 중이다. 시는 5월 말까지만 등록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시 운영 캠핑장은 정부가 최근 실시 중인 국가안전진단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정부가 국가안전진단 계획을 세우면서 미등록사업장은 빼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화군 캠핑장 화재 후 부랴부랴 미등록캠핑장도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방침을 바꿔 국가안전진단을 받게 되긴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복지부동'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는 이밖에 시내에 쉐라톤워커힐이 운영하는 글램핑장 등 민간·사설 캠핑장이 상당수 산재해 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이번 강화군 캠핑장 화재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며 "관광기금 용도변경을 통해 일부라도 반영해 조속히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부실한 캠핑시설에 대해서는 시설 개선과 안전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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