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족보의 기억도 흐릿해진 최근, 생각지도 않게 남의 집 족보를 공부하게 됐다. 지난주 후반,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사촌동생이 코스닥 상장사 E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보성파워텍이 단기간 5배 이상 오른 전력이 있던 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폭됐다.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반 총장의 집안인 거제 반씨 족보를 조사해 올렸다. 반 총장의 항렬자인 터 기(基)자가 반씨 시조로부터 몇 대손인지, 별 규(奎)자와는 같은 흙 토(土) 변이라 같이 쓸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올라왔다. 덕분에 반씨의 기원 등 반 총장 집안의 역사뿐 아니라 '금목수화토' 순으로 이어지는 항렬의 순서까지 복기할 수 있었다.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E사 새 사외이사의 학력과 나이까지 상세히 조사한 내용도 전해졌다. 서울대 법대 졸업에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석사 타이틀은 서울대 외교학과에 하버드 법학 석사인 반 총장과 인연이 깊을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었다.
'설마 사촌이 맞겠어?' 하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두 사람이 사촌 간이라고 확인이 됐다. 부질없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데 과연 반씨 족보와 사촌의 학력까지 조사한 이는 본인 집안의 족보는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를 마치면 우리 집 족보도 한번 검색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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