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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시대]디플레이션 방어나선 한은…가계부채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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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이종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 '사상 첫'이라는 부담에도 금리를 1%대로 낮춘 것은 가계부채보다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은 디플레이션 우려, 가계부채 부담 등 각종 국내외 변수로 고민해왔다. 금리를 내리자니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동결하자니 디플레이션 우려가 컸지만 결국 후자의 리스크를 더 심각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국내 경기 곳곳 적신호…깊어진 디플레이션 우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이는 1999년 7월(0.3%)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물가를 상세히 따져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담배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률 지표가 그나마 조금 뛰었을 뿐 나머지 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담배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8%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담뱃값 인상이 아니었다면 2월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 경제를 나홀로 이끌어온 수출도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수출 감소는 기업을 움츠러들게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89.4로 작년 8월(89.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올들어 주택 매매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저금리와 전셋값 기이현상이 나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 부채 폭발의 악재가 겹친다면 자칫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게 된다.

해외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노무라증권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고 도이치방크와 무디스도 각각 3.4%, 3.0%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은 역시 지난 1월 하향 조정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3.4%의 재수정을 검토 중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급락과 담뱃값 인상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이 조금 엇갈릴 수 있지만 한은이 당초 생각했던 성장경로를 이탈한 것은 분명하다"며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지표에 경제회복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심리적 긍정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가중된 가계부채 리스크는 부담=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모기지론양도 포함)은 전달보다 3조7000억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증가폭만 놓고 보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작년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폭증 불 속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한은은 이에 가계부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중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계부채 리스크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작년 10월 가계부채 통계를 확충하기 위해 '가계부채TF팀'을 꾸린 바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되레 집값과 전셋값을 뛰게 해 가계빈곤과 가계부채 늘게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가계부채를 단기간에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이 없는 만큼 지금보다 더는 늘지 않도록 묶어두고, 가계소득을 늘려 상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는 가뜩이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자본 유출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강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며 수출기업들에는 긍정적이지만 신흥국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면 우리나라도 동조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이종희 기자 2paper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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