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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권력 지도 흔드는 치프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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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유럽의 문제 국가로 낙인 찍힌 그리스가 유럽의 정국과 국가 간 힘의 균형에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는 유럽의 공적(公敵)이 된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반대했다. 여기에 프랑스까지 그리스 편을 들고 나섰다. 역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도 언제든 그리스의 손을 들어줄 태세다. 심지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그리스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블룸버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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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를 두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원하는 그림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럽 통합 구상이 전혀 다르다고 표현했다.
급진 좌파 연합 시리자를 이끄는 치프라스 대표의 총선 승리가 그리스의 미래뿐 아니라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통합의 방향까지 틀어 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총리 취임식 이후 아테네 인근 케사리아니 공원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나치 독일군 점령 당시 저항운동을 벌이다 1944년 5월1일 처형된 그리스인 200여명의 기림비가 있다. 기림비에 참배한 치프라스 총리는 대중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슈피겔은 그가 이날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저항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했다. 과거 독일로부터 억압받았던 상황과 현재 독일이 중심에 서 요구하는 긴축을 묘하게 중첩시켰다는 뜻이다.
슈피겔은 치프라스 총리를 영리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유럽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다시 말해 '그렉시트(Grexit)'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그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달까지 연장된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5월까지 새로운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

독일도 치프라스 총리의 성향과 그가 처한 상황을 잘 안다. 독일 보수 정치인들은 그렉시트와 그리스의 부채 탕감이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독일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슈피겔과 가진 회견에서 "그리스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가 이미 받은 2400억유로(약 298조3130억원)의 구제금융에 대한 이자율과 상환 시기는 충분히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추가 금융 지원을 제공할 뜻은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EU 정계의 변화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프랑스의 극우전선, 스페인의 대안 정당 포데모스는 그리스의 선거혁명을 목도했다.

슈피겔은 치프라스 총리의 부채 감축 요구를 찬성하지 않는 나라의 정부도 정권 유지 차원에서 EU의 변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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