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핸드백 제조사 노동 착취 정황 드러나
380만원 디올 핸드백, 원가는 8만원
매장에서 수백만 원에 팔리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디오르의 핸드백의 원가가 약 8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은 약 12개 패션 브랜드 공급망을 조사하고 있다. 이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한 부서가 이탈리아에서 노동자 착취 혐의로 법원 조사를 받은 후 내려진 조치다. 밀라노 법원은 이날 디오르 핸드백 제조업체를 감독할 '사법행정관'을 임명했다.
주요 외신이 입수한 법원 판결 사본을 보면, 디오르 가방을 만드는 하청업체 4곳의 노동자들은 밤샘 근무와 휴일 근무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이 24시간 돌아갈 수 있도록 일부 직원은 작업장에서 잠을 잤으며,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의 안전장치도 제거돼 있었다. 일부 직원은 회사와 정식 고용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고용된 것도 확인됐다.
밀라노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제조원가를 낮추는 업체를 지난 10년간 수사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제작업체가 디오르 핸드백 하나를 제작하고 받는 돈은 53유로(약 7만85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오르는 매장에서 이 제품을 2600유로(약 380만원)에 판매했다.
법원은 디오르 사업부가 이번에 발각된 공급 업체의 작업 조건이나 기술 능력을 확인하지도 않았으며, 정기 감사를 실시하지도 않았다며 책임을 물었다. 앞서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지난 4월 조르조 아르마니의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처를 했다.
한편 컨설팅업체 베인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있는 수천 개의 소규모 제조업체가 ‘메이드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라벨을 붙여 대형 브랜드에 공급하는 제품이 전 세계 명품의 50~5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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