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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4-① IT株는 절친회사라도 잘 안사,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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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4. 기업을 보는 눈


현재보다 기업의 미래·가치에 초점
초콜릿·車보험사 인수해 현금 창고로 활용
아는 것에만 투자하는 신중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주식을 사기보다 기업을 사라'고 조언해 온 워런 버핏이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버핏은 자신이 모르는 기업보다는 잘 아는 기업을 관심의 대상으로 뒀고 기업을 들여다볼 때는 그 기업의 현재보다는 미래에, 가격보다는 가치를 염두에 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 원칙을 지켰다. 투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연차보고서라는 도구를 그 누구보다 잘 활용했다. 그러나 연차보고서에 담긴 숫자를 확신했지만 숫자만큼 그 기업을 이끄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버핏이었다. 버핏이 기업을 보는 눈을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기업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연차보고서'= 버핏은 내재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에 나섰다. 내재가치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현금을 추산해 산출한다. 어디까지나 추정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추산하는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오판을 줄이기 위해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톰 머피 캐피털 시티즈 회장을 비롯해 회사 내 자산운용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강조했다. 적절한 내재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버핏이 가장 기본으로 삼은 것은 연차보고서였다.

연차보고서는 그에게 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이었던 셈이다. "보통 사람들은 남는 시간에 '플레이보이'를 보지만 나는 그 시간에 재무제표를 읽는다." 버핏에게 연차보고서와 재무제표 읽기는 일종의 취미와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연차보고서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숫자는 가장 확실한 정보였다.

버핏은 "투자자는 평소 수많은 기업의 연차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읽어야 한다"며 "내가 하는 일은 읽고 또 읽는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는 연차보고서 이외에 하루 7개 이상의 신문과 잡지를 꼼꼼히 들여다봤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1972년 캘리포니아 지역의 고급 초콜릿 체인점인 '시즈 캔디즈(See's Candies)'를 인수하는 과정은 그가 얼마나 재무제표를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버핏은 시즈 캔디즈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3~4분 만에 시즈 캔디즈의 연차보고서를 통독한 이후 바로 인수 결정을 내렸다. 그가 짧은 시간에 발견한 수치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초콜릿 마니아들에게 '시즈'라는 브랜드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연차보고서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시즈 캔디즈는 40년 넘게 그룹의 주요 캐시 카우(현금 창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세월이 흘러 시즈 캔디즈에서 나온 초콜릿과 사탕은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인기 최고의 판매 아이템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230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시즈 캔디즈는 2012년 인천 송도에 국내 첫 점포를 내기도 했다. 버핏은 시즈 캔디즈를 장부가격보다 높은 2500만달러에 인수했으나 35년이 흐른 현재 이 회사의 연간매출은 7500만달러에 육박한다.

◆현재보다 '미래'…가격보다 '가치'= 버핏이 기업을 보는 눈은 '현재'에 있지 않다. 연차보고서가 제시한 숫자를 통해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새로운 가치를 들여다봤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바로 여기에서 그의 천재성이 드러난다고 평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험그룹에 속해 있는 '가이코(GEICO)'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이코는 1976년 무리한 보험료 인하와 보험 청구액 계산 착오 등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다. 1주당 주식가격은 61달러에서 2달러로 곤두박질했고, 이로 인해 설립자 레오 굿윈의 아들 레오 주니어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가이코가 설립 후 최대위기를 맞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을 팔었던 가이코는 업계에서 인지도는 낮았지만 매출액 대비 비용은 경쟁사(30~35%)의 절반도 안 되는 13~14% 안팎이었다.

버핏은 가이코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보험업 특성상 돈을 받는 시점과 지불해야 하는 시점 사이에 뜬 돈(플로트)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 같은 판단하에 버핏은 가이코 지분을 매수했다. 유동성을 확보한 가이코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년 만인 1995년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의 결단으로 가이코의 나머지 지분을 매수했다.

버핏의 믿음이 통했던 걸까, 가이코의 보험계약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다. 1999년엔 역대 최고 수준인 성장률 23%을 기록했다. 가이코는 현재 미국의 3대 자동차 보험회사로 성장했으며, 버크셔 해서웨이에 인수된 이후 시장점유율이 5배 이상 높아졌다. 가이코 이외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질레트 등 다수의 기업이 위기 때 버핏의 선택을 받았고 이후 세계적 브랜드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은 두고 아는 것에 투자한다= 버핏은 아무리 전망이 좋은 기업이라 알려져도 자신이 잘 알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가 투자한 기업에는 생활 밀착형 기업이 많다. 시즈 캔디즈를 비롯해 코카콜라, 디아지오, 나이키, 러셀 코퍼레이션, 퍼니처 마트, 클레이튼 홈즈 등 의식주와 직접 관련된 기업들이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기업집단은 금융ㆍ보험, 식품, 의류, 신발, 미디어, 출판, 가구, 건축, 유통, 에너지, 항공, 보석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버핏의 생활밀착형 투자에 대한 생각은 1967년 투자파트너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이해하기 힘든 기술을 분석해야 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저는 바퀴벌레의 짝짓기 습성만큼이나 반도체 및 집적회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고백했다.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의 일차적 목적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는 것에 있다고 가르쳤다. 버핏이 스승과 달랐던 점이라면 투자대상 기업의 제품을 낱낱이 이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기업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반면 버핏은 제품과 관련해 알고 싶어했다. 회사를 직접 찾아 제품과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회사관계자를 만나 오랜 시간 인터뷰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즈 캔디즈를 비롯해 보석상 '보샤임즈(Borsheim's)'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활밀착형 기업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수됐고, 시간이 지나 버크셔 해서웨이의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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