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J는 최근 사놓고 뜯어보지 않은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비명에 간 걸그룹 멤버를 보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한 이들과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단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ㆍ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란 뜻의 라틴어)'을 외치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말을 나름대로 실천한 셈이다.
하긴 책상 위에 올라가 '카르페 디엠'을 열정적으로 외쳐 전 세계 학생들을 열광케 했던 로빈 윌리엄스조차 현재에 충실하는 대신 저세상으로 가는 길을 택한 걸 보면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20대에도 어린 친구의 비극에 보험이라는 갑옷을 두 겹으로 둘렀던 소심한 인사에게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만큼이나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학창 시절 국어교과서에 나온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말하며 끝이 난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이 구절은 유감스럽게도 30년 가까이 지난 아직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당시와 달라진 점은 인터넷 덕에 '왜 사냐건 웃지요'의 원조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걸 알았다는 정도다.
전필수 팍스TV 차장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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