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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新 모계사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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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눈치 빠른 아이는 입을 다물고 딴청이다. 순진한 아이는 본심을 숨기지 않는다. 십중팔구 '엄마'다. 눈치 빠른 아이의 침묵도 사실은 그렇다. 침묵은 선택받지 못한 아빠에 대한 배려일 뿐이다. TV CF에서 백날 '아'와 '빠'를 또박또박 가르쳐 봐라. 두 낱말을 합치면 결국 '엄마'가 되고 만다. 1대0.
바야흐로 신 모계사회다. 데이트나 결혼은 남자가 신청하지만 여자가 '결재'해야 비로소 이뤄진다. 신혼 집은 으레 시댁보다 친정에 가깝다. 딸 둘이면 금메달, 딸 하나ㆍ아들 하나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면 똥메달, 그 이상이면 목메달이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는 아빠에게 달라붙지만 잠이 오면 엄마 품을 파고든다. 엄마에게는 "회사 안 가면 안 돼?"라고 떼쓰고 아빠에게는 "언제 회사 가?"라며 등 떠민다. '기러기 아빠'는 흔하지만 '기러기 엄마'는 희귀종이다. 세월호 참사는 유모차 부대가 전면에 나섰다.

동물 세계도 마찬가지다. 하이에나는 수컷들이 고기를 먹다가 암컷이 다가오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다. 하이에나 암컷은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 암컷 사자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늙은 숫사자는 초원을 홀로 어슬렁거리다 노을을 보며 쓸쓸히 마지막 숨을 토해낸다. 2대0.

원시 인류는 모계사회였지만 농경을 시작하면서 부계사회로 바뀌었다. 허리 뻐근한 농사일을 하다 보니 아기를 잉태하는 여성보다 양식을 생산하는 남성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계급이 생기고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욕심이 커지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모계사회에 없던 갈등이다. 부계사회는 분열과 반목의 역사다. 모계사회로 회귀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3대0.
중국 윈난성에는 모계사회 전통을 오랫동안 지켜온 모소족이 있다. 이 여인들은 이별을 통보할 때 손바닥에 나뭇잎을 올려 남자에게 보여준다. "당신은 이제 나에게 나뭇잎같이 가벼운 존재야." 남자는 눈물을 훔치며 떠나거나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빌거나. 4대0.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남자는 여자보다 못질을 좀 더 잘하고(4대1), 주말 분리수거를 알뜰히 챙기고(4대2), 나이 들면 마눌님 무서워 반찬 투정도 하지 않는(4대3) 눈치 백단의 안쓰러운 존재가 아니던가. 게다가 모계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남자가 필요하다(4대4). 그러니 여성들이여, 이번 추석에 남성들이 또 진상을 떨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엎드려 간곡히 청한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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