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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이중섭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라…'이중섭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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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최열, 탄생부터 죽음까지 진실 찾아 복원

이중섭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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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화가 이중섭은 흔히들 한국의 '고흐'로 비견된다. 가난하고 불행했던 일생, 그림에 대한 광기, 아이같은 순수함, 부인과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 요절한 작가 등 그의 삶 전체가 이제는 전설이자 신화가 됐다. 1956년 9월6일 마흔 한 살의 이중섭이 서울 서대문 적십자병원 311호실에서 외롭게 세상을 등졌으며, '간장염으로 사망한 무연고자'로 분류돼 이틀 동안 아무도 그의 사망 소식을 알지 못하게 됐다는 일화는 그의 전설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죽기 직전에는 "우리 화단의 귀재"로 평가받았고, 죽어서는 "불우하게 요절한 천재작가"로 격상됐다.

김복진·권진규·박수근 등의 평전을 집필했던 미술사학자 최열은 이중섭에 관한 숱한 이야기와 기록, 기억들 중에서 '무엇이 진짜일까' 고민했다.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다음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이중섭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꼬집은 최열은 "사실로 가득 찬 일대기, 즉 정전(正典)"을 만들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이중섭에 관한 약 500종에 이르는 문헌을 샅샅이 뒤져가며 앞뒤의 모순과 맥락의 불일치를 파악해나갔다. 결국 이중 150여종을 따로 선별해 세심한 검증작업을 거친 끝에 900페이지가 넘는 '이중섭 평전'을 내놓을 수 있었다. 부제는 '신화가 된 화가, 그 진실을 찾아서'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미술사의 과오를 바로잡으면서 이중섭에 대한 정확한 일대기를 전하는 데 주력한다. 4월10일로 알려졌던 그의 생일을 9월16일로 바로잡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중섭이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한 것 역시 민족정신을 추구하는 학교의 이념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사실은 이렇다. 이중섭이 평양 제2고등보통학교에 두 차례 연이어 낙방한 것을 안타까워한 외할아버지 이진태가 친분이 있는 오산고보 설립자 이승훈에게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또 일본 유학 시절, 도쿄미술학교가 아닌 제국미술학교로, 후에는 다시 문화학원으로 옮긴 이유가 그의 투철한 민족정신과 자유로운 기질 때문이 아니라 입학하기 쉬운 학교에 들어갔다가 거기서도 성적이 부진해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전한다. 자신의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 그림 비행기 탔겠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는 유명한 일화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한다. 저자는 "MoMA로부터 소장 사실을 통보받고도 이중섭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쓴 은지화 기증자의 글을 통해 이중섭은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저자는 실체는 사라지고 환상만 남아 "천 개의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중섭의 생애를 복원하고, "신화의 늪에 빠진 이중섭을 구출하려" 애쓴다. '이중섭 평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중섭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둘 발견하는 재미는 물론이고, 저자가 꼽은 그의 대표작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책이다. 마침 9월은 이중섭이 태어나고 죽은 달이다.
(이중섭 평전 / 돌베개 / 최열 / 4만8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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